[설왕설래] 돌고 돌아 또 ‘공안’(公安)

우리나라 검찰 직제에 ‘공안’(公安)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64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이 처음이다. 간첩이나 반체제 세력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에 ‘공공 안전’을 뜻하는 공안부 이름을 붙인 것이다. 1973년엔 대검찰청에도 공안부가 생겨 전국 검찰의 공안 업무를 지휘하게 됐다. 검찰 공안부가 사라진 요즘 젊은이들은 ‘공안’ 하면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중국 공안부터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역대 진보 정권들은 공안이란 어휘에 부쩍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노무현정부는 일선 검찰청 공안부 명칭은 그대로 두면서 공안 업무를 전담하는 법무부 검찰3과는 ‘공공형사과’로 바꿨다. 애초 ‘공안기획과’가 유력했는데 진보 성향의 정권 실세들이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정부 출범 후 공공형사과는 결국 공안기획과로 바뀌었다. 공안이란 어휘가 대한민국 진보·보수 진영이 충돌하는 최전선으로 떠오른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한층 강력했다. 법무부·검찰 조직에서 공안이란 표현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법무부 공안기획과는 다시 공공형사과로 되돌아갔다. 대검과 일선 지검의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개편됐다. 진보 진영 인사들이 공안부와 더불어 눈엣가시처럼 여긴 특수부도 개명(改名)이란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반부패수사부’라는 다소 어색한 새 이름표를 달게 됐다. 공안부, 특수부 등 옛 명칭은 가만히 두고 업무 분야만 조정하면 될 텐데 왜 그토록 부서명에 집착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과거 공안통, 특수통 검사들이 잘나갔던 시대를 지우려는 게 목표가 아닌가 싶다.

내일 기존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문패를 바꿔 단다. 검사들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일명 ‘검수완박’)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주도 국회의 검찰 개혁에 따른 조치다. 현 대검 공공수사부는 ‘공소청 공공안전부’로 명칭이 바뀐다. 원래 공공 안전의 줄임말이 공안 아니었던가. 공안부가 싫다며 새 이름을 찾아 20년 가까이 돌고 돈 결과가 공공안전부라니 그저 헛웃음만 난다. ‘검찰청→공소청’ 변경에 따른 검찰청사 외벽 간판 교체 등에만 혈세 65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