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가 13일째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날 물줄기로 내보내려던 첫 작전이 실패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굳이 보내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캉이에 대한 당국의 구조 작업이 진행된 전날에도 친수공원에는 2만3000명이 방문했다. 시민들은 구조 작업을 지켜보며 부캉이가 바다로 무사히 돌아가기를 응원했다.
부캉이가 인공 수로에서 처음 발견된 지난 18일 이후 29일까지 친수공원 누적 방문객은 63만9000명에 달한다.
◆ 물줄기 쏘자 깊은 곳으로 잠수했다
해경과 소방 당국은 전날 선박 5척을 투입해 수로 안쪽에서 워터펌프로 물줄기를 쏘며 부캉이를 수로 밖으로 유도했다. 소방에서만 구조보트와 펌프차 등 장비 6대와 30명가량이 동원됐고 경찰과 부산시도 쓸 수 있는 장비를 투입했다.
작전은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부캉이가 수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위치를 확인하는 데 1시간가량이 더 걸렸다.
부캉이는 깊은 곳으로 잠수하거나 수로변에 바짝 붙어 헤엄치며 물줄기를 피했다.
◆ “굳이 보내야 하느냐” 시민들의 반론
부캉이가 구조 작업을 피하는 모습이 이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무리하게 수로 밖으로 내보내기보다 스스로 나가도록 놔두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부산시가 시민 의견을 물어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할 만큼 관심이 높아진 터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캉이를 내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좁은 인공 수로는 상어의 서식지인 넓은 바다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 장기간 방치될 경우 건강이 나빠질 수 있고 되레 폐사할 위험까지 있다는 것이다.
친수공원 수로는 길이 1.5㎞에 폭 30∼60m이고, 수심은 조수간만에 따라 낮을 때 2.5m, 높을 때 4m 정도다.
◆ 수온 20도 아래로 떨어지면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부캉이가 머무는 수로는 수심이 낮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진다”며 “부캉이의 행동도 느려지고 먹이 활동도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층 수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면 상어가 서식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목요일인 10월 1일부터는 전국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공 수로의 수온이 떨어지면 육지 쪽부터 떨어지고, 바다 쪽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을 수 있다.
부캉이가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다 쪽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을 기대하고 방치할 경우 폐사 위험이 커진다.
최 명예교수는 “부캉이가 수로 밖으로 스스로 나갈 가능성과 폐사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열흘 넘게 먹이활동이 포착되지 않았다
인공 수로에 머무는 부캉이는 먹이 사냥도 제대로 못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로에도 숭어 등 부캉이의 먹잇감이 될 만한 어종이 서식하지만, 부캉이가 이를 잡아먹는 모습은 목격된 적이 없다.
지환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부캉이가 속하는) 무태상어는 깊은 바다에서 먹이 생활을 한다”며 “그런 야생동물이 좁은 수로에서 장기간 서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로의 먹잇감 유무를 떠나 그 환경 자체가 상어의 먹이 활동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지 연구사는 “상어가 먹이를 못 먹어도 2주 정도는 살 수 있지만, 수온이 떨어지면 못 산다”며 수온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부캉이는 먹이를 쫓다가 친수공원 수로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양쪽 끝이 꺾인 형태의 수로에 들어온 탓에 출구를 못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야생 동물인 상어가 인공적인 환경에 길들기 전에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충일 강원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어떤 야생 동물이든 인공적인 환경에 익숙해져 버리면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며 “더 늦기 전에 수로에서 나가도록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 10월 2일 그물로 다시 유도한다
한편 해경과 소방 당국은 오는 10월 2일 대형 그물망을 제작해 부캉이를 바다로 유도하는 2차 작전에 다시 착수할 계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특수 제작한 대형 그물을 수로에 치고 바다 쪽으로 서서히 끌어 부캉이가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당국은 부캉이가 바다로 나간 게 확인되면 수로 입구를 막아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