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12월30일 교정 시절에 수감 중이던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집행된 마지막 교수형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이 후임자인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해 총대를 멘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3명 가운데 2명은 죽기 전 안구를 기증했다. 다른 2명은 안구와 더불어 시신 전부를 해부 및 연구용으로 내놓았다. 이것이 ‘속죄’의 의미라고 쉬 단정할 수는 없다. 사형수들이 그 어떤 선행을 베풀더라도 자신들의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정부 출범 후 사형 폐지론이 확산했다. 법무부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김승규 법무장관은 출입기자들로부터 사형 폐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지금 집행 대기 중인 사형수들의 법원 판결문을 구해 읽어보십시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형이 확정된 이들의 범죄 내용을 정확히 알면 그들에게 왜 극형이 선고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였다.
어느 전직 교도관은 인터뷰에서 “사형수 1명 지도하는 것이 일반 재소자 1000명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형수는 어차피 끝난 인생이라는 자포자기 심정이기 때문에 교도관도 통제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최고 사법 기관이 사형을 확정했다면 법무부가 이를 집행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사형제 폐지론자인 전수안 전 대법관은 2012년 7월 퇴임사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직접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피해자 및 그 가족의 입장에선 도저히 수긍하기 힘든 논리라는 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광주지법 재판부가 30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들을 인정하면서도 검사의 사형 구형만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타당하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라고 밝혔다. 1997년 이후 30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통하는 한국의 국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더라도 사형을 선고한 뒤 집행하지 않는 것과 무기징역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점을 법관들이 직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