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 살해한 일명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에서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 유죄를 인정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전 부장 측 변호인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고 9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 소속 전직 보좌관과 해당 스타트업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헌법과 법률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유족 2020년 재심 청구… 12월16일 선고
30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장의 행위를 내란목적의 폭동으로 판단한 기존 판결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며 “재심에서 수집된 증거를 보더라도 기존 판결과 당시 피고인들의 법정 진술 등을 뒤집을 만한 증거나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김 전 부장의 최후진술을 언급하며 “김 전 부장은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혁명을 위해 대통령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총격한 행위를 저항권이나 자유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부장 측은 “피고인이 당시 중정부장 수행비서 박흥주 등 부하들에게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사건 발생 30∼40분 전”이라며 “그만큼 우발적인 사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역사는 47년 전 그날의 사건을 김 전 부장이 정권 탈취를 위해 저지른 내란목적 살인으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전 부장의 동생은 “역사에 길이 남을 현명한 판결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유족이 구하는 것은 판결이라기보다 역사다. 10·26 사건과 김재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12월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이후 유족들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심리 끝에 지난해 2월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는 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국원)는 백 의원실 전직 보좌관 A(46)씨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에게 뇌물을 건넨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 B(39)씨도 횡령·뇌물공여 등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보좌관의 권한을 남용해 정부 기관이 해당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진행 상황 등을 B씨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해당 업체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자신의 인척 명의로 매월 급여를 받는 식으로 9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A씨는 지인을 자신이 근무하던 의원실의 비서관으로 허위 채용해 국회로부터 급여 약 3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지인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B씨는 가족과 지인들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자금 약 9억원을 횡령하고, 이 중 9500만원 상당을 A씨에게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는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과제에 허위 계획서를 제출해 보조금 약 4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17일 A씨의 주거지와 업체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달 26일에는 A씨가 의원실 근무 당시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백 의원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靑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주장엔 “억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관 인선의 실질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에 있고,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친 후보를 임명함으로써 국가원수로서 그 절차를 완성할 뿐”이라며 “그럼에도 청와대는 제청의 절차와 형식을 빌미로 국회에 임명동의안 송부를 거부하고 대법원장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인선의 실질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권 의사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이자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근간에서부터 허무는 처사”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물론 국회의 동의권도 결코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자 청와대가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을 두고는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없고, 외려 헌법에 반하는 억설이라는 게 다수 법조계의 중론이자 상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