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료 원료인 요소 수입량의 4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비료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 개발·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원료에 의존하는 무기질비료 사용을 줄여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는 동시에 농가의 비료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토양 상태에 따라 적정량을 시비해 질소비료 사용량을 22% 줄이거나, 가축분뇨를 정제한 여과액비를 활용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최대 70% 줄이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의 비료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기술과 비료의 양분 이용효율을 높이는 신소재 비료 개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필요한 만큼 쓰면 사용량 22%↓
1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토양검정을 바탕으로 적정량을 사용하면 질소비료 사용량을 연간 2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에 적용할 경우 비료에 투입되는 질소 사용량을 4만8800t 줄일 수 있다. 질소비료 중 하나인 요소비료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86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비료 주는 위치·양 바꿔 22~29%↓
비료를 뿌리는 위치를 바꿔도 사용량을 5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 ‘깊이거름주기’는 토양 표면에 비료를 뿌리는 대신 땅속 25∼30㎝ 깊이에 밑거름을 넣는 방식이다. 벼와 양파, 마늘, 콩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농진청은 비료 유실을 줄이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질소비료 사용량을 22~2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북도 김제에서 벼 3.2㏊와 논콩 2㏊ 등 5.2㏊를 대상으로 비료 절감과 수량 증대 효과를 추가 검증하고 있다.
농경지의 위치에 따라 비료량을 달리하는 ‘변량공급’ 기술도 있다. 논 전체에 같은 양의 비료를 뿌리는 대신 필지나 구역별로 필요한 양을 공급하는 것으로, 비료 사용량을 25~29% 줄일 수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같은 농경지라도 토양의 양분 상태가 모두 같지 않기 때문에 전체 면적에 동일한 양의 비료를 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물 공급과 비료 투입을 연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노지 밭작물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질소비료 사용량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진청은 토양 센서를 이용해 농경지 상태를 분석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의 비료를 자동으로 살포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적은 양으로 효과 내는 비료 개발
비료에서 양분이 나오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토양에 쌓여 있는 양분을 작물이 다시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완효성 비료’는 비료 성분이 한꺼번에 녹아 나오는 것을 막고 작물이 자라는 기간에 맞춰 양분이 나오도록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료 사용량을 벼의 경우 46.7%, 맥류는 14%까지 줄일 수 있다.
토양에 축적돼 있지만 작물이 흡수하기 어려운 양분을 다시 이용하는 ‘킬레이트제’ 활용 기술은 비료 사용량을 25~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토양에 고정된 인산을 작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휴믹산’도 개발하고 있다. 농진청은 인공휴믹산을 활용해 인산비료 사용량을 20~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비료 성분이 나오는 속도를 조절하는 나노비료와 질소 손실을 줄이는 요소분해효소 억제제 기술 지원과 보급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비료 사용량을 줄이려면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작물이 실제로 이용하는 양분의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며 “신소재 비료의 절감 효과를 검증하고 작물과 토양 조건에 맞는 적정 사용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