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 위협에 선 그은 나토…“임박한 위협 없어, 분열 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가 자국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봉쇄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나토 수장은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의 초조함이 반영된 심리전으로 일축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방·우주 포럼에서 러시아를 향해 “핵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나는 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잘 풀리지 않아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나토 영토에 임박한 위협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를 분열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관심을 잃게 하려는 의도라고도 지적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 역시 “나토는 방어적 동맹이며 우리의 활동이나 훈련이 러시아 어느 지역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러시아 측에 보냈다”며 “무력 사용 위협, 특히 무책임한 핵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나토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러시아가 발신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러시아는 나토에 보낸 비공식 문서(non-paper)를 통해 “나토 회원국들이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키려는 어떤 시도라도 감행할 경우,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과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러시아는 나토의 군사적 움직임을 직접적 무력 충돌 위험을 동반한 “위험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칼리닌그라드 관련 발언을 두고 “터무니없다”며 “우리 외교관들이 유럽의 과격한 이들에게 러시아의 정책 문서를 상기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최근 사흘간 유럽 3개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들은 나토의 군사훈련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잇따라 반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발트해에 인접한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배치된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약 100㎞ 길이의 수바우키 회랑은 방어가 취약해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해당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를 강화하고 민간인 대피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가운데, 나토는 지난 8월 칼리닌그라드 인근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투기를 대거 출격시켜 공중 타격 및 전자전 훈련을 진행하며 러시아를 압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