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집에 없다”… 소비자 현혹하는 보험 방송광고

금감원, 보험업계와 간담회
부당 방송광고 건전화 방안 논의

“우리 엄마는 맨날 집에 없다. 엄마를 오래오래 못 봤다. 엄마 얼굴도 까머거버렸다. 열 밤 자고 온다고 했으면서...엄마는 거짓말쟁이다.”

 

한 보험상품 방송광고 영상의 문구다. 어린아이가 집 안 바닥에 엎드려 이 같은 내용의 일기를 쓰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 광고를 가족 간병 및 슬픔을 영상화한 ‘공포 마케팅’ 사례로 규정했다. 자극적인 문구·화면으로 불안감을 조장해 소비자들의 보험가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실제 보험상품 방송광고를 참고해 가공한 부당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이 보험상품 방송광고가 소비자의 불안감·보장심리를 지나치게 자극하고 있다며 업계에 개선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1일 생명·손해보험협회, 방송광고를 하는 주요 보험회사 및 홈쇼핑 법인보호대리점(GA) 13곳 등과 간담회를 하고 보험상품 방송광고 건전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욱배 부원장보는 “보험상품 방송광고는 그간 허위·과장 광고 근절을 위한 보험업권 자율규제 등이 마련·운영돼왔음에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광고를 반복 송출해 충동적인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극적인 방송광고를 통해 가입한 보험의 경우, 고령자 비중과 불완전판매비율 등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점으로 볼 때 과거의 영업 관행이 여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실제 보험상품 방송광고를 참고해 가공한 부당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에 따르면 방송광고로 모집된 계약의 불완전판매비율(0.036%)은 기타 모집채널(0.012%) 대비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방송광고로 유입된 70대 이상 고령 가입자 비중이 13.4%로 타 채널(7.4%) 대비 높은 편이다. 

 

금감원은 생보·손보협회의 방송광고 심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소비자 오해를 유발하는 등의 부당 방송광고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받고 또 받고’(총 몇 회까지 받을 수 있는지 안내 소홀), ‘암 치료비 매년 치료 시마다 지급’(지급제한사유는 가늘고 희미하게 표시) 등이 주요 미흡 사례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협회 차원에서 심의 기준을 정교화하는 등 보완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이 실제 보험상품 방송광고를 참고해 가공한 부당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사전 심의가 불가한 홈쇼핑 광고의 경우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재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해 최근 5년간 조치한 사례가 경고 1건에 그치는 등 사실상 규제 실익이 없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보험회사별 방송송출 횟수 및 시간, 각 협회의 광고 심의 현황 등 방송광고 공시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광고 제작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부서 등이 직접 참여하는 등 자체 심의가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보험산업의 위상과 소비자 인식 수준에 부합하는 양질의 방송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해서 소통하겠다”며 “방송광고를 통한 불건전한 영업 관행 근절을 위해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