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비 대고 정보 빼갔다"… 英 MI5, 대학들에 "관계 끊어라" 경고

中일반기술연구원, 국가안전부와 밀접 관계
“학술 지원 명목으로 첩보 기술·지식 확보”
英학자 100여명 연루…“국가안보법 위반”
주영 중국대사 “근거없는 조작” 강력 반발

영국 정보기관 MI5가 30일(현지시간) 베이징에 본부를 둔 한 중국 연구기관을 겨냥해 이례적인 ‘간첩 경고’를 내놨다. 영국 학계와 중국 정보기관 간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자 영국 정부는 즉각 전국 대학들에 해당 기관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MI5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일반기술연구원(CGTRI)이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위장막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MI5가 이런 형태의 공개 경고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고 WP는 전했다.

 

영국 국내 정보기관 MI5 청사 '테임스 하우스'. 뉴시스

중국과학기술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기관은 겉으로는 학술 연구 지원 기관으로 운영됐지만, 실제로는 서방 대학과 연구소로부터 인공지능, 비밀 통신, 스테가노그래피(메시지 은닉 기술) 등 첩보 역량과 관련된 기술과 전문 지식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MI5의 설명이다. MI5는 “이 기관의 주된 목적은 국가안전부의 첩보 기술 역량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학술 연구에 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밝혔다.

 

MI5는 이 기관을 통해 중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중개자를 거쳐 자금을 지원받은 프로젝트에 영국 관련 학자 100명 이상이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분야에는 사이버보안, 인공지능과 함께 비밀 통신 시스템과 정보 은닉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영국 안보장관 댄 자비스는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소속 연구자들이 이 기관과의 모든 협력 관계를 종료하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계속할 경우 2023년 제정된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법은 외국 정보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비스 장관은 “이번 MI5의 경고는 중국 정보기관이 우리 학자들의 전문성과 연구 성과를 은밀히 이용해 국가 안보를 훼손하려 한 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MI5는 구체적인 대학명이나 학자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많은 연구자들이 CGTRI의 교묘하게 위장된 연결고리 때문에 선의로 협력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고위 외교관 출신으로 영국 싱크탱크 ‘지정학위원회’(Council on Geostrategy)에서 활동하는 찰리 파턴은 이날 발표에 대해 “오래전에 나와야 했던 조치”라며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이 위협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측은 반박했다. 주영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영국의 이번 주장을 “상상에 의한, 순전히 조작된 것”이라며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첩보 활동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올해 초에는 영국 국경수사국 직원과 홍콩 무역 담당 관리가 영국 내 홍콩 반체제 인사와 민주화 운동가들을 수년간 감시한 혐의로 기소돼, 새로운 국가안보법에 따라 중국을 위한 간첩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이 사건에는 전직 영국 왕립해병대원도 연루됐는데, 그가 체포됐다가 풀려나 런던의 한 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엔 중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와 의회 연구원 등 영국 국적자 2명이 의회를 상대로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적·정치적 문제로 기소가 취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