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에 대해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제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30일 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채원(16)양의 죽음과 잔혹한 범행 수법을 언급하며 “피해 여학생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 유가족이 겪을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사형 선고 여부를 고심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재판부는 또 “무기징역 선고 단계에서 향후 가석방 가능성까지 미리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장래 가석방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도 장윤기가 가석방으로 사회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이다.
이처럼 장윤기와 같은 무기수형자의 가석방에 대비해 가석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제도적 보완이 그동안 수차례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국회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실과 박주민·박지원·이재정·김영배·김용민·민형배 의원실 주최로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형법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1996년과 2010년에는 모두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사형제 폐지 흐름과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형제의 대체형벌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거론됐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은 절대적 종신형이 아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이상 복역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형벌의 목적은 범죄 예방과 이에 따른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고려하는 것”이라며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고 범죄예방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무기형을 유지하되 가석방 심사를 실질화해 제도적으로 보완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무기수형자에게 가석방을 허용한다면 최소한의 복역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며 “현행 법률은 20년 이상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30년 이상을 복역하더라도 가석방 심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무기수형자의 가석방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무기수형자 가운데 가석방으로 풀려난 수형자는 모두 118명으로 조사됐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2년 무기수형자 1313명 가운데 가석방된 자는 16명이다. 2021년에는 1322명 중 17명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최근 10년간 가석방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2018년으로 1344명 무기수형자 가운데 40명이 가석방으로 교도소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