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심전심? 이제는 유심에서 ‘이심’…데이터 이용법 달라졌다

2022년 국내 상용화 후 여행시장에서 확산

“한국 돌아와서 유심을 바꿔 끼우려는데 세상에 제가 쓰던 유심이 없는 거예요.”

 

해외여행 경험을 담은 어느 블로그에 일본여행 중 물리 유심(USIM)을 사용했다가 겪은 불편 사례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주말이라 결국 월요일까지 기다려서 유심을 새로 사야 했다”며 “폰이 주말 내내 먹통이어서 답답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물리적인 교체가 필요 없고 분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이후 해외여행에서는 이심(embedded SIM·eSIM)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유심 트레이를 여는 핀. 김동환 기자

 

2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해외여행객 사이에서 이심이 하나의 통신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해외에서 데이터를 쓰려면 통신사 로밍을 신청하거나 현지 유심을 구입해 갈아 끼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스마트폰의 내장 칩에 통신 정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이심이 기존 유심의 자리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물리적인 유심을 쓰지 않아도 돼 분실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언급된다.

 

이심은 애초 ‘여행용 통신상품’으로 등장한 기술이 아니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12월 ‘스마트폰 이심 도입방안’을 마련하면서 세계적인 이심 확산 추세에 맞춰 국내 이용자의 편익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등이 참여한 이심 협의체에서는 스마트폰 이심 도입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정부가 본 이심의 핵심은 여행 편의성 증진보다는 국내 이동통신 이용 방식의 변화였다. 유심과 달리 물리적인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 없고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만으로 개통할 수 있어 비대면·온라인 개통과 통신사 간 이동이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주로 온라인에서 개통하는 알뜰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인 KCT가 2020년 7월 이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이동통신 3사가 워치류를 중심으로 이심 서비스를 제공해 온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심 내장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로 이심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었다. 정부의 제도·기술적 기반 마련을 거쳐 스마트폰 이심 서비스는 2022년 9월 1일부터 시행됐다.

 

휴가철인 지난 8월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통신 기술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등장한 이심은 해외여행이라는 새로운 사용처와 결합하면서 소비자 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물리 유심을 따로 보관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은 해외여행객에게 이심을 선택할 이유가 됐다.

 

국내 한 여행 플랫폼의 해외여행 통신상품 판매 현황을 보면 변화 폭도 뚜렷하다.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한 이심·유심·포켓와이파이 중, 이심의 비중은 2023년 42%에서 2026년 1~9월 기준 91%까지 확대됐다. 여행업계가 해외여행에서의 데이터 이용 방식 변화를 주목하는 사이, 마이리얼트립은 자체 이심을 출시하고 해외여행 상품 예약 과정에서 통신 상품도 함께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심 서비스 확산이 이용자의 불편을 모두 없앤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이심을 지원해야 하고, 개통 과정에서 기기 호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물리 유심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이 없으므로, 개통 정보 등에 관한 정확한 인식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키패드에 *#06# 입력 후 EID 번호 확인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단말기의 이심 지원 여부를 알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심은 물리적인 유심 교체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여행객을 중심으로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행을 준비할 때 로밍이나 유심과 함께 이심을 하나의 통신 선택지로 비교하는 소비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