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의 가치는 농업의 시작을 넘어 식량안보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지난달 28일 경북 김천시 국립종자원 원장실에서 만난 양주필 원장은 기후 변화로 농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종자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는 농작물뿐 아니라 이듬해 농사에 사용할 종자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확기에 비가 이어지면 종자로 쓸 작물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가 발생하거나 병해충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종자의 생산량과 품질을 떨어뜨려 농가에 공급할 우량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도 위험 요인이 된다.
양 원장이 “사후관리 중심이던 종자원의 역할은 향후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종자원은 벼·보리 등 주요 식량작물의 보급종 생산·공급부터 민간의 품종육성·해외진출 지원, 종자 품질검정 등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이다.
양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자 생산·관리 체계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종자용 작물의 수확 가능시기를 예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식량종자 수확기 예측 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양 원장은 “향후 현장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정확도를 높이고, 민간에 예측정보를 제공해 식량종자 생산·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내 종자업체의 92.3%가 소규모라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원장은 국내외 시험재배를 통해 새 품종의 환경 적응성과 시장성을 검증하고, 해외 현지 바이어가 생육과 상품성을 직접 확인해 상업화할 품종을 선발하도록 지원하는 등 민간의 신품종 개발부터 실증·사업화·수출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양 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종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종자 생산·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해충과 이상기후 등 변화한 재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확보해 식량안보를 뒷받침하고, 실증·사업화·수출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 K종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품종심사·생산관리로 업무의 정밀도를 높이고, 민간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우수한 국산 품종의 세계시장 진출도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