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주체 구분 모호… 경찰·중수청 간 사건 쟁탈전·핑퐁 우려 [공소청·중수청 2일 출범]

형사 고소·고발 어떻게 바뀌나

중대범죄·피해액 5억 이상 사건
경찰, 접수받으면 중수청 통보해야
여러 혐의 땐 수사주체 혼선 우려

경찰 석 달 내 송치여부 결정 원칙
불송치 이의신청 땐 공소청 넘겨
검사 제한 없이 재수사 요구 가능

지방중수청장 7명 중 현직검사 1명
일각 수사 역량 우려 목소리 나와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찰의 기존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문을 여는 2일부터 형사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 접수가 원칙이다. 범죄 피해자나 고발인들은 범죄유형과 피해 액수 등을 따져본 뒤 경찰이나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중 한 곳에 고소·고발장을 내야 한다.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관계자들이 서울 중수청 로비에서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청사 앞에서 ‘형사사법체계 파괴 규탄 현장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남정탁 기자

제도 안착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

 

각 수사기관의 관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사건, 일반범죄와 중대범죄 혐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 등에서 수사기관들이 ‘사건 쟁탈전’을 벌이거나, 반대로 사건을 서로 떠넘기는 ‘핑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사·사건 처리 세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합 사건 등 수사권 충돌 불가피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소·고발 사건 접수는 원칙적으로 경찰에 하되,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인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법왜곡죄 관련 등 사건은 중수청에도 접수할 수 있다. 사기나 횡령, 배임 등 혐의의 경제범죄 사건은 피해 가액 5억원 미만 사건은 경찰이, 5억원 이상 사건은 중수청이 수사한다. 공수처는 기존처럼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 등을 수사한다.

 

경찰이 중수청 수사 대상 사건 고소·고발을 접수하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여러 혐의가 뒤섞인 사건, 수사 과정에 새 혐의가 추가 포착돼 관할이 모호해지는 경우 등에는 어디서 수사를 개시할지 등 논란이 일 수 있다.

 

중수청법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수청 수사가 중복될 경우 중수청장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이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수청과 경찰, 중수청과 공수처 사이에 누가 수사할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

 

공소청 소속 검사가 당장 2일부터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 중이던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 일부 예외적인 사건은 공소청 검사가 최대 9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기관 간 수사권 관할 문제가 지적되자 수사기관장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협의회 구성과 운영 방식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내년 2월5일부터 시행돼 최소 3개월은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수청 개청 초기에는 타 기관과 수사권을 둘러싼 충돌이 종종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현판이 공소청 현판으로 교체돼 있다. 1948년 8월 법원에서 독립한 조직으로 출범한 검찰청은 2일 폐지되고 공소청으로 바뀌면서 78년2개월의 역사를 마감한다. 연합뉴스

◆불송치, 이의신청 실효성 있나

 

개정 형소법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수사를 완료하고 송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수사 개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진척이 없다면 고소·고발인은 담당 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제기를 접수한 관서장은 14일 안에 수사 경과와 향후 계획, 담당자 교체 여부 등을 고소·고발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경찰 등이 사건 불송치 결정을 통지할 경우 고소·고발인은 3개월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불송치 결정서 통지 누락 등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엔 최대 6개월까지 이의신청 기간이 연장된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검찰청의 후신인 공소청으로 공이 넘어간다.

일선 경찰서 등이 불송치한 사건은 관할 지방공소청 불송치심사부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담당 검사가 피의자와 사건관계인, 담당 수사관 등 의견을 직접 듣는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한다. 불송치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경찰 등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두 기관 간 판단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사건 핑퐁’이 벌어질 공산이 있다.

 

경찰 등의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고소·고발인이 공소청에 신고할 수 있고, 공소청 검사는 시정 조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나 고소·고발인에 대한 이 같은 ‘보호장치’는 모두 강제성이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 출신인 고진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새 형사사법체계는 실체적 명확성과 절차적 예측가능성 어느 것도 담보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사건관계인과 실무자 모두에게 혼란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방중수청장 7명 중 현직 검사는 1명

 

행정안전부는 이날 지방중수청장 등 1급 수사관 7명의 임용 예정자를 발표했다.

 

이번 인선에서 현직 검사는 1명뿐이고, 검찰·판사 출신 변호사가 각각 3명씩 임명됐다. 초대 중수청 차장에는 판사 출신 전종민 변호사가 맡는다. 검찰 출신으로는 서울중수청장으로 임명된 최재민 변호사, 대구중수청장에 홍종희 변호사, 수원중수청장에 김형근 변호사가 있다. 현직 검사로는 검찰 내 대표적 개혁론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광주중수청장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를 비롯해 대전중수청장 문홍주 변호사, 부산중수청장 김기욱 변호사 등 이재명정부 특검 출신도 있다.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에 현직 검사가 1명뿐이라는 점을 두고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검찰 출신 중에서도 ‘특수통’으로 꼽히는 인물은 김 변호사뿐이다. 한 차장검사는 “판사 출신 등이 지휘부에 있으면 수사 관련 보완점 등을 결정하는 판단이 잘될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