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군복무 경력이 있는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의 입사 직급을 다르게 부여한 한 사단법인에 인사 관리 규정을 개선해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군복무 기간을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것은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이지만, 이를 신규임용 직급에까지 반영하면 성별에 따른 승진 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호봉 차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승진 시점이 갈린다는 것이 인권위 판단의 핵심이다.
◆ 같은 해 들어왔는데 출발 직급이 갈렸다
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가 2022년 이 법인에 입사할 당시 법인은 군복무 경력이 있는 남성 직원을 5급 12호봉으로, 여성 직원을 6급 10호봉으로 임용했다.
이 법인의 승진 체계에서 6급 직원은 2년을 재직하면 5급으로 자동 승진한다.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가려면 최저소요연수 4년을 채워야 한다.
결국 6급으로 들어온 여성 직원은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같은 일을 한 제대군인 남성보다 4급에 닿는 데 2년이 더 걸린다. 호봉 차이가 임금에서 끝나지 않고 승진 시점까지 밀어낸 것이다.
◆ 인권위가 한 번 기각했던 사건
이번 권고는 인권위가 같은 사안을 한 차례 기각한 뒤에 나왔다.
A씨는 2024년 10월 제대군인 남성과 여성의 직급·호봉 차이로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이 발생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지만 인권위는 2025년 2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A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지난 2월11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군 경력이 없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하여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제대군인 남성에 비해 4급으로 승진하기 위한 시간이 2년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인사관리규정은 군 경력이 승진 기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진정을 기각한 인권위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호봉은 되고 승진은 안 되는 이유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제3항은 취업지원실시기관이 채용된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정한다. 호봉 반영의 근거는 이 조항이다.
그러나 같은 법에 군 복무 경력을 승진에까지 반영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사업주가 교육·배치·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원도 임금 반영 자체는 군 복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 주는 측면이 있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문제 삼은 것은 호봉이 아니라 직급이었다.
인권위는 이를 바탕으로 군 경력이 있는 신규 직원에게 높은 직급을 부여해 결과적으로 군 경력이 없는 여성 직원의 승진이 늦어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단법인에 A씨를 포함한 5급 이하 재직 직원에 대해 성별과 군복무 경력에 따른 승진상 불이익이 없도록 인사 관리 규정을 개선해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