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은퇴 뒤 연금까지 8년 기다리나…국민연금 68세 수급안 따져보니 [숫자 뒤의 진실]

국회 토론회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제안…1969년생부터는 65세
국고 선투입·기금 운용수익 확충 묶은 다층 재정 안정 시나리오
정년 연장 없으면 소득 공백 최대 8년…일자리 대책 병행 필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8세로 늦추자는 제안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제안대로라면 정년이 60세인 사업장에서 퇴직한 뒤 정상 노령연금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난다.

 

한 시민이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 정상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46년까지 68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제안됐지만,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연합뉴스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정부안이나 국회 합의안이 아니며, 관련 법도 개정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정상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연금제도를 위한 구조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46년까지 68세로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론회는 윤영석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2046년은 발제자가 제안한 목표 시점일 뿐, 법으로 확정된 시행 시기는 아니다.

 

◆68세 상향만 따로 떼어낸 제안 아니다

 

양 교수의 구상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기 전에 국고를 투입해 기금을 유지하고, 보험료 수입과 기금 운용수익을 함께 연금 지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모수개혁으로 정해진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는 유지한다는 전제를 뒀다.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유지하고 기금 운용수익률을 5.5%로 가정하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6%, 약 18조원의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반면 수급 연령을 68세로 늦추고 초기에 2년간 총 100조원을 투입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이후 필요한 국고 규모가 매년 GDP의 0.25%, 약 7조5000억원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됐다.

 

국고 부담이 GDP의 0.6%에서 0.25%로 줄어드는 것을 수급 연령을 68세로 늦춘 효과만으로 볼 수는 없다. 2년간 100조원을 먼저 투입하는 조건까지 함께 반영된 시나리오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고와 기금 운용수익에 의존하기보다 연금제도 자체에 재정안정 기능을 넣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대수명 변화에 연금을 연동하는 방식과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경우 급여 등을 조정하는 자동균형장치를 결합하고, 정년 연장과 연계해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보다 5년 늘려 64세로 연장하자는 내용도 제시했다.

 

◆현행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1969년생부터 65세

 

현재 정상 노령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다. 1953~1956년생은 61세,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다. 1969년생 이후부터 65세가 적용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68세로 높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몇 년생부터 적용하고 몇 년에 걸쳐 높일지도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미 연금을 받는 사람의 지급 일정도 그대로다.

 

68세라는 숫자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11월 공개한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도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과 함께 연금 수급 연령 상향 필요성이 다뤄졌다. 보고서는 OECD 분석을 인용해 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높이는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60세 퇴직 후 68세 수급 땐 8년 기다려야

 

고령자고용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사업장에 따라 정년이 더 늦을 수 있어, 모든 근로자가 60세에 퇴직하는 것은 아니다.

 

정년이 60세인 사업장에서 퇴직하고 정상 노령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면 그 사이 간격은 약 5년이다. 정년은 그대로인데 정상 수급 연령만 68세로 높아진다면 이 기간은 약 8년으로 늘어난다.

 

이 8년이 모두 소득 없는 기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퇴직 후 재취업으로 돈을 벌거나 퇴직연금·개인연금 등 다른 소득이 있을 수 있다.

 

국민연금에는 정상 수급 시점보다 최대 5년 일찍 받을 수 있는 조기노령연금도 있다. 대신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씩 줄어 최대 30% 감액된 금액을 평생 받는 구조다. 현재 1969년생 이후는 60세부터 조기노령연금 신청이 가능하다.

 

결국 정상 노령연금 수급 시점을 늦추려면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조정 등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줄일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 이미 시행…68세안과 별개

 

연금 수급 연령을 68세로 높이자는 제안은 이미 시행 중인 국민연금 모수개혁과는 별개다. 2025년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험료율은 올해 9%에서 9.5%로 올랐다.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높아져 2033년 13%에 도달한다.

 

소득대체율은 지난해 41.5%에서 올해 43%로 올랐다. 새 비율은 2026년 1월 1일 이후 가입기간에만 적용된다. 2025년 말까지의 가입기간을 43%로 다시 계산하거나, 이미 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소급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년 60세와 현행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65세, 전문가가 제안한 68세 상향안을 표현한 이미지. 68세 수급안은 국회 토론회에서 제시된 전문가 제안으로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소득대체율 43%는 평균소득 가입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명목상 수치다. 실제 연금액은 가입기간과 그동안의 소득 등에 따라 달라진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변경은 법 개정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됐다. 68세 수급안은 추가 구조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문가 제안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이번 토론회 의견을 바탕으로 구조개혁 입법과 정책과제를 구체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