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만들고 불로장생을 이루려 했던 연금술사들의 열망은 수많은 실패를 낳았지만, 그 실험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은 예상치 못한 업적을 남겼다. 황금 대신 소변에서 원소를 추출해 발견하고 영생의 비법을 찾다가 화약 제조법을 알아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허황된 꿈을 좇던 이들이 어떻게 현대 과학에 영향을 줬는지 짚어본다.
◆ ‘황금과 색이 비슷해서’…황당한 착안이 가져온 원소
화학의 역사는 연금술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성냥갑 마찰면이나 소이탄, 비료 등의 핵심 원료이자 원소주기율표 제15족에 속하는 ‘인(P)’은 연금술 연구 과정에서 탄생했다.
17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헤닝 브란트는 비금속을 금으로 변환시켜 주는 ‘현자의 돌’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소변과 황금의 색이 비슷한 것에서 착안해 소변에서 황금을 추출하는 실험을 했다.
브란트는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대량의 오줌을 증발시킨 후 남은 찌꺼기가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가열해 우연히 ‘인’ 물질을 추출해 냈다. 이 물질은 가열하면 마늘 냄새가 나는 액체가 됐고 공기와 접촉하면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자신이 진짜 금을 만들어냈다고 착각한 브란트는 그리스어로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뜻의 ‘포스포루스(Phosphorus)’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한동안 이를 비밀에 부쳤다. 이후 재정이 어려워지자 독일의 상인이자 연금술사인 요한 다니엘 크라프트에게 팔았고 크라프트는 이를 런던을 포함한 유럽 여러 곳에 전시했다.
영국왕립화학회는 “이때 ‘보일의 법칙’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과학자 로버트 보일이 ‘인’에 매료돼 그 제조법을 알아내고 체계적으로 연구했다”며 “보일의 조수인 앰브로스 고드프는 인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큰 부자가 됐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설명했다.
◆ 금을 만들던 연금술사, 마이센 도자기의 신화를 쓰다
또 다른 독일 연금술사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는 유럽 최초로 경질 도자기 제조법을 발견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그는 약사 견습생으로 일하며 물질의 변형을 시도하는 연금술에 빠져들었다. 소문을 들은 프리드리히 1세는 금 제작을 명령하고자 그를 불렀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뵈트거는 작센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도피처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작센의 아우구스투스 2세 역시 뵈트거를 드레스덴에 연금한 뒤 금을 만들라고 강요했다.
뵈트거는 1706년 금을 만들기 위한 내열성 가마에 대해 실험하던 중 열을 가하면 매우 단단해지는 붉은 색의 부드러운 흙을 발견했다. 당시 유럽은 중국 도자기에 크게 매료돼 있었다. 이에 뵈트거는 동료 과학자 에렌프리트 발터 폰 치른하우스와 함께 새로운 도자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결실은 수년 만에 나타났다. 뵈트거는 1709년 불투명한 백자 제조에 성공한 데 이어 유약개발까지 마치며 아우구스투스 2세에게 도자기 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1710년 드레스덴 인근 마이센에 유럽 최초의 도자기 공장이 들어섰고 1713년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다. 뵈트거가 개발한 경질 도자기 제조법은 1730년대까지 계속 사용됐다. 이후 마이센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유럽을 대표하는 도자기로 자리 잡으며 타 유럽 도자기 제조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 아랍의 화학 물질 발견과 중국의 화약 발명
연금술의 역사에는 사실 아랍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영어로 연금술을 뜻하는 ‘알케미(Alchemy)’에 아랍어 정관사 ‘알(al-)’이 붙어 있는 것만 보아도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아랍 연금술사들은 특히 증류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그 영향으로 ‘알렘빅(Alembic·증류기)’과 ‘알코올(Alcohol)’ 같은 영어 단어에도 아랍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학사연구소(Science History Institute)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염산, 황산, 칼륨 등 오늘날 화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핵심 물질들을 발견했다.
중국 연금술사는 화약 제조법을 발명했다. 과거 불로장생의 약을 찾던 중국 연금술사들은 수많은 물질을 조합하며 가열 실험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화상을 입거나 실험실에 불이 붙어 가옥이 타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질산칼륨, 황, 숯 등이 들어간 혼합물이 폭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시행착오를 거쳐 화약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