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두 개 뛰어도 생활비 모자라”…‘생계형 빚쟁이’ 내몰린 대학생들

대학생 생활비 대출액, 2년 만에 32.8%↑
대출건수 46만건, 연체자 8000명 육박
“저소득층 청년 실질적 정책 검토 필요”

서울 모처의 한 편의점. 밤 11시가 넘은 시각, 야간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박모(23)씨는 수시로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전공 서적을 뒤적이고 있었다. 평일 야간에는 편의점 알바를, 주말에는 번화가 술집에서 서빙을 뛰지만, 월세와 대중교통비 등 고정 지출비를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여전히 바닥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며 친구들과 모임도 끊은지 오래, 결국 박씨가 손을 내민 곳은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이었다.

 

박씨는 “공부할 시간을 쪼개 주말마다 편의점 알바를 뛰어도 생활비가 모자라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며 “취업 준비를 하려면 토익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당장 내일 쓸 생활비가 없으니 대출을 받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장학재단 내 학자금 대출 신청 관련 안내문.

 

박씨만의 특별한 사연이 아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생계에 몰린 대학생들의 ‘생활비 대출’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공부와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는커녕 ‘부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생활비 대출액은 2023년 6406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8506억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2년 만에 약 2099억2000만원(32.8%)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 역시 43만2171건에서 45만7129건으로 2만5000건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이러한 경향은 심화됐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자금 지원 1~3구간에 속한 저소득층의 생활비 대출액은 2023년 2715억원에서 2025년 3634억7400만원으로 33.9%나 증가했다. 구간별로는 저소득 가구에 해당하는 3구간 대학생의 대출액 증가율이 39.2%(526억2000만원→732억5000만원)로 가장 높았으며, 2구간(35.5%), 기초생활수급자(32.4%), 1구간(31.6%)이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 4년제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주변 친구들 중에는 생활비 대출을 받아 가족 생계비나 병원비로 보태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며 “학교 공부와 취업 준비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이미 빚더미를 안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셈”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원 9~10구간 대출액은 2년간 891억5000만원에서 1037억9000만원으로 늘어났고, 소득 구간이 산정되지 않은 대출 역시 758억8000만원에서 1092억60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청년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반 생활비 대출 연체 인원은 2023년 6241명에서 2025년 8101명으로 2년 새 29.8% 증가했다. 연체 잔액 역시 같은 기간 295억2000만원에서 386억9000만원으로 31.1%나 치솟았다.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 등을 합친 전체 학자금대출의 대손충당금 설정액 역시 2023년 7117억6000만원에서 2025년 7902억1000만원으로 11.0% 늘어났다.

 

주무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단 측은 지난해 생활비 대출 이용자 4만48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다수가 식비와 교통비 등 본래 목적에 맞게 대출금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저소득층 청년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한국장학재단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방관하며 실질적인 실태조사나 세심한 정책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구간별 청년 부채 구조와 생계형 대출 유입 경로에 대한 실질적인 정밀 연구를 추진하고, 연체 청년을 위한 채무조정 및 심리·경제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