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2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이 부상한 것과 관련해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대응을 참고 사례로 거론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지뢰임을 공식화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를 알리고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사태를 풀어나갔다.
2015년과 유사한 사건이지만 현재의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다르다. 정부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유화적 조치를 포함한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북한의 도발에는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지 주목된다.
◆“2015년 참조하지만 그대로 한다는 건 아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DMZ 폭발과 관련해 “이번 지뢰 사건은 매우 불행한 일이고, 우리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라며 “곧 있을 최종 발표 이후 결과에 따라 여러가지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묻자 “유엔을 포함해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을 점검하고 있다”며 “2015년을 참조하지만, 그대로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유사한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015년’은 그해 8월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을 사건을 말한다. 국방부는 10일 합동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목함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북한의 도발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004년 6월 남북 합의 이후 중단됐던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다시 가동한 것으로, 14일부터는 전방 11개소로 확대했다.
외교부는 18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사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와 유감을 전달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서한은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됐다. 당시 별도의 안보리 결의나 의장성명 등 구체적인 조치 가능성은 불투명했지만 북한의 도발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식 문서로 남기는 외교적 조치였다.
이후 북한의 군사적 대응으로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북한은 20일 서부전선에 포격을 가한 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행동을 위협했다. 이에 남북은 22일부터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에 들어갔고, 사흘간의 협상 끝에 25일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이 DMZ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입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양측은 회담 개최와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합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 “북과 MDL 확인·확정 소통 시작해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뢰 사건 대응 향후 조치에 대해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적어도 MDL 다시 한번 확인하고 확정하는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2015년과 달리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고,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소통 채널도 끊긴 상태다.
정 장관은 휴전선·경계선·MDL을 둘러싼 남북 및 유엔군사령부 간 인식 차이를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을 적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다시 남과 북이 만나서 평화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사과 요구는 당연하다”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는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반대했다. 북한 체제 존중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이번 사건으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평화공존이 더욱 절실한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객이 오가고 개성공단으로 매일 출퇴근하던 시대에 지뢰 폭발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