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2일 윤석열·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위를 내란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지 38일 만이다.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들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진행해 투표에 참여한 16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법에 규정된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의안을 상정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진행자가 ‘윤석열 내란이냐’고 묻자 “아니죠”라고 답했고, ‘전두환은 내란이냐’는 질문에도 “내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법적·역사적으로 끝난 일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끝난 일은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최근 반복되고 있는 의원들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언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헌정 질서를 유린한 내란범들을 두둔하는 행태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끝까지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 그것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자 정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도 “김태규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표현의 자유 등 늘어놓기는 하지만,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그의 발언은 우리 국민의 합의된 규범을 해석의 영역으로 끌어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흔드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관용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영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민전 의원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도 부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 얘기한 바 있다”며 “연설문도 아니고 토론 중에 나온 얘기로 제명하자는 결의안을 내겠다, 검열 사유가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윤용근 의원도 “두 달 사이에 두 번째 국회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목도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함부로 제명해 버릴 수 있는 신의 권능을 부여받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악의적인 방송 질문에 대한 답변 중 말실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떼를 지어 제명하자고 달려드는 것이 집권 여당의 품격인가”라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아무 흠결이 없다면 이번 제명 결의 안건을 마음껏 상정해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오늘 안건 상정은 철회해 주시라”고 덧붙였다.
회의 중 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국민의힘이 특별한 기획을 통해 역사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선 도저히 해설할 수 없다. 내란정당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아무 근거도 없는 음모론, 기획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운영위는 여당 주도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상대로 당 차원의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반드시 제명될 의원 중 하나”라며 “전두환 내란은 이미 결론이 났는데, 내란이 아니라고 하는 것부터 내란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정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해를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연한 사실을 창작이라는 미명하에 비틀고 왜곡하는 것에 대한 반면교사의 의미로 토론 초반에 단정적으로 답변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5·18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관련됐다는 사실에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나. 저 역시 그 점을 부정하려던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전체 토론의 취지를 보면 역사적 사실을 국민들의 논의의 장에 맡겨 두는 것이 좋고 특정한 사건을 달리 취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가 주된 논지”라며 “토론 초기의 특정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어 “모두(冒頭)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표현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