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따려면 ‘10년 차 과장급’ 벌어야…외국인 정책 강화한 日 정부

신청 수수료 20배 폭등…소득·연금·일본어 기준 대폭 강화
다카이치 총리 “국민 불안·불공평감 공감”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일본 내 외국인 거주 인구가 급증하면서, 일본 정부가 영주권 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 수수료를 기존 1만엔(약 9만원)에서 20배 인상한 20만엔(약 171만원)으로 책정했다. 시행 직전 수수료 인상 폭탄을 피하려는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도쿄 출입국재류관리국에서는 7시간 넘게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반 체류 외국인의 비용 부담도 일제히 커졌다. 기존 일률 6000엔(약 5만원)이던 체류자격 변경·갱신 수수료가 체류 기간에 따라 3개월 이하 1만엔에서 5년 이상 7만5000엔(약 64만원)으로 인상됐다.

 

영주권을 얻기 위한 경제적 문턱도 높아졌다. 신청자는 일본 평균 이상의 안정적인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년 일본 가구당 평균 소득은 575만엔(약 4926만원)이며, 국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민간 직장인 평균 연봉은 487만엔(약4190만원) 수준이다. 이는 후생노동성과 국세청의 조사 결과, 대졸 정규직 기준 통상 30대 중후반(근속 10년 차 안팎의 대리·과장급)에 해당하는 소득이다.

 

아울러 예상 연금 수령액도 30년 동안 후생연금 제도에 가입한 사람의 수령액과 동일해야 하며, 내년 4월부터는 영주권 신청 시 일본어 기본 능력 평가도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응시자 수와 일본어 학원 등록률이 급증했다.

 

이번 조치는 자국 인구 감소 속에서 급증하는 외국인 수를 관리하기 위한 방침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일본 전체 인구(1억2297만명) 가운데 외국인은 384만여명(3.1%)으로 2020년 대비 39.8% 급증했다. 같은 기간 317만3000명 감소한 일본 전체 인구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메꾸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가운데 국적별로는 중국이 24%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5.9%)과 한국·조선(10.4%)이 뒤를 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7일 X(옛 트위터)에 “정부는 외국인 체류자 수 증가로 국민이 느끼는 불안이나 불공평감에 공감한다”며 “국민과 외국인 모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외국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외국인 경영자가 마련해야 하는 자본금 기준을 6배 인상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비자 수수료를 5배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