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안팎의 재원으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내 청년계정 중 부적절하게 편성된 사업 규모가 6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아동기본수당 등 청년 뿐 아니라 40대 이상이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이 상당수 포함된 데다 일반회계로 집행하는 게 바람직한 데도 미래기금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재원을 바탕으로 미래기금이 신설되는 만큼 전 연령대 지원, 계속 사업은 소관 부처의 일반회계나 기금으로 편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2일 나라살림연구소는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대응기금 청년계정 편성사업 기금편성 적절성 및 이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미래기금은 장기추세보다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추가세수를 기본으로 올해 더 걷히는 초과세수 등을 더해 200조원 안팎의 규모로 신설되는 제도다. 정부는 이 중 과감한 투자, 시급성 등의 원칙(NEXT)을 충족하는 45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골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 및 인재 등 4가지 계정에 담았다. 미래기금은 이례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단년도에 소비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만든 기금으로, ‘전략적 투자’와 ‘재정안정화 장치’가 기본 기능이다.
보고서는 4개 사업계정 중 13조3000억원 규모의 청년 계정에 담긴 사업들을 분석했다. 평가 기준은 △신규사업 여부 △사업비의 상당한 증가 여부 △청년이 유일한 지원대상인지 여부 △유사 중복 사업의 존재 여부다. 정부가 밝힌 미래기금의 설립 목적과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때 한정해 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국가재정법 5조)는 취지를 반영해 구체화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태욱 전 경기도의회 예산분석관은 “지원대상이 전 연령대인 사업은 청년계정 편성이 부적절하고, 기존에 일반회계나 개별 기금에서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사업도 미래기금 편성이 부적절하다”면서 “내년도 사업비가 이전연도 3개년 평균 사업비 대비 20% 이상 증가됐을 경우는 미래기금 편성 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보면 청년 외에 전 연령대 부모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청년 계정에 다수 편성됐다. 아동기본수당 지급 사업은 만 10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수당을 주는 정책인데, 2조9272억원 규모다. 이 사업은 올해까지 복지부 일반회계에 ‘아동수당 지급’으로 진행됐는데 내년부터는 당해연도 7월 출생아부터 기본수당 지급액을 종전 월 10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증액하며 사업명도 바뀌었다. 보고서는 “내년 사업비가 2024~2026년 사업비 평균 대비 34.0%로 상당히 증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청년지원정책이라기보다 아동·보육 정책에 가깝고 해당 수당을 지급받는 부모들이 전부 청년 연령대가 아니고 40대 이상도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에 청년계정 편성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취지에서 첫 만남 이용권과 부모급여를 통합한 출산지원금과 종전 혼인세액공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부부합산 100만원을 지원하는 혼인지원금 역시 “(지원대상에) 40대 이상도 상당하다”며 청년계정 편성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인지원금의 경우 연령제한과 소득요건 없이 혼인을 신고한 모든 부부에게 지급하는 만큼 고소득자에게까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아울러 청년창업지원 중 ‘청년사업화 지원’, ‘민관협력창업자 육성’, ‘중소기업 재기지원’ 등도 지원대상이 청년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미래기금 편성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청년일자리 창출지원 부문에선 ‘청년 첫취업지원’ 제도와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의 청년계정 편성이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기존처럼 일반회계에 담아 편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미래기금은 주요항목의 지출금액을 30% 이하에서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국회가 심의·의결해 확정하는 일반예산보다 중앙정부 재량권이 크다.
우선 청년 첫취업지원제도는 기존 고용노동부가 일반회계에 편성해 진행한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대상자 중 청년을 분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의 내년 사업량(16만명)은 2025~2026년 국민취업지원 중 청년 대상 평균 사업량인 19만3000명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시급하거나 과감한 투자라는 미래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셈이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역시 올해까지 일반회계에 편성됐다가 청년을 따로 분리해 미래기금에 편성한 사업이다. 청년 신규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지원금과 청년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청년지원금의 경우 그간 비수도권 취업청년에게만 지급됐지만 2027년에는 수도권 취업 청년에게도 지원되고, 비수도권 청년 지원금은 기존 최대 360만원(1년 기준)에서 내년 최대 900만원으로 증액된다. 보고서는 “해당 사업은 일반회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라면서 “내년 사업비가 2024~2026년 3개년 사업비 평균 대비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15.8%로 상당히 증가한 것은 아니므로 미래기금 편성은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금편성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사업 중 보완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가령 청년자산형성을 위해 정부 기여금이 매칭되는 ‘청년미래적금’의 경우 올해 신규 편성됐고 사업비도 128% 증가해 기금편성이 적절하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들에 혜택을 더 크게 받는 ‘역진성’ 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청년월세’ 지원은 지방비 매칭 사업인 만큼 국비보조율을 상향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예산분석관은 “혼인·출산지원 사업 등의 지원 연령대가 주로 청년이지만 40대 이상 비중이 20~30%에 이르는 사업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면서 “청년계정은 가능한 한 청년만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편성함이 적절하며 전 연령대를 지원하는 사업들은 미래기금에서 분리해 소관 부처의 일반회계 및 기금 사업으로 편성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지속사업 중 이전연도 대비 사업비가 상당히 증가한 사업들을 제외하고는 기존 회계 편성이 필요하며 해당 사업들을 미래기금 청년계정에서 분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