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만나는 한옥의 일상 [남정탁 기자의 '지금, 여기']

사진기자는 매일 수많은 순간을 기록합니다. 그러나 독자와 만나는 사진은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와 스쳐 지나간 순간, 그리고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인상적인 풍경까지. 뉴스 사진 뒤에 남겨진 이야기와 우리의 일상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사진 한 장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북촌문화센터 호경재에서 2026서울한옥위크 '한옥, 꽃을 피우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열린 창호 너머로 은은한 조명이 빛난다. 꽃과 작은 소품이 놓인 방에는 관람객의 시선이 머문다. 나무 서까래 아래 책장을 펼친 듯한 설치물이 매달리고, 마루에 놓인 작품 앞에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장면을 담는다. ‘2026 서울한옥위크’가 시작된 2일, 서울의 한옥은 전시와 생활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서울한옥위크는 한옥의 가치와 매력을 전시·답사·공연·체험으로 소개하는 복합문화행사다. 2023년 처음 열려 올해 네 번째를 맞았다. 한옥 관련 기관과 단체, 주민이 함께 참여해 전통 건축 안에서 이어지는 오늘의 생활을 보여준다.

북촌문화센터에서 한 관람객이 처마 아래 줄지어 매달린 감을 촬영하고 있다.
서촌 필운동 한옥에서 열린 '계절이 풍경이 되는 마당'에 '나무는 종이가 되고, 종이는 책이 되고, 책은 빛이 된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인규 작가의 '빛'이 전시돼 있다.

올해 주제는 ‘서울한옥일상’이다. 행사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북촌과 서촌을 중심으로 열리며, 일부 답사는 은평 등에서도 진행된다. 지난해 7만4000여 명이 찾았고, 올해는 전시 17개, 답사 15개, 체험 29개, 공연 9개, 이벤트 12개 등 총 82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표 전시는 북촌과 서촌의 공공한옥 여섯 곳을 가구와 생활 소품으로 꾸민 ‘서울한옥일상’이다. 북촌문화센터의 ‘취향이 머무는 사랑방’, 가회동의 ‘둘이 머물수록 닮아가는 거실’, 원서동의 ‘별과 만나는 마루’가 한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제안한다. 서촌에서는 필운동의 ‘계절이 풍경이 되는 마당’, 서촌라운지의 ‘살롱 드 서촌’, 서울한옥홍보관의 ‘한 장 넘길 때마다 깊어지는 처마’가 이어진다. 사랑방과 마루, 마당의 쓰임에 현대적인 취향을 더한 전시다.

필운동 공공한옥 서촌라운지 '살롱 드 서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서울우수한옥 지정 10주년을 기념한 답사 ‘대문 너머, 한옥’도 눈길을 끈다. 운경고택과 주한스위스대사관 등 평소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을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는 12개 코스로 구성됐다. 3일과 10일에는 북촌문화센터에서 지도와 종이 팔찌를 받아 공공한옥을 자유롭게 돌아보는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연과 체험은 한옥에 머무는 즐거움을 더한다. 3일 북촌한옥청에서는 플루트·가야금·첼로 삼중주가, 4일 배렴가옥에서는 보사노바와 삼바 공연이 열린다. 북촌문화센터와 배렴가옥, 홍건익가옥 등에서는 공예와 꽃꽂이, 전통차·전통주 체험도 진행한다. 프로그램별 운영 시간과 사전예약 여부는 서울한옥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골목에서는 ‘주민이 살고 있으니 조용히 관람해 달라’는 안내판이 방문객과 함께 움직인다. 전시장을 나서면 누군가의 일상이 이어지는 동네다. 한옥의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산책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존중할 때 더욱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