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산분할 소송과 관련한 개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SK㈜ 주식 일부를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약 9440억원으로, 거래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위와 그룹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SK㈜는 2일 최 회장이 보유한 SK㈜ 보통주 165만3924주를 매도하는 내용의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했다. 실제 거래는 공시일로부터 1개월 뒤 이뤄진다. 거래가 완료되면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1297만5472주에서 1132만1548주로 줄어든다.
SK㈜ 측은 이번 지분 매각이 최대주주의 재산분할 소송 관련 개인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최태원 회장)가 시장과 주주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거래 구조와 규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정규장 일시 매도 대신 시간외 대량매매
최 회장은 대규모 물량을 정규장에서 한꺼번에 내다 파는 대신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택했다. 정규장 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 등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체 매각 대금 9440억원 가운데 544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SI)를 대상으로 한 매각이다. 회사 측은 인수 주체가 SK㈜의 사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4000억원은 증권사를 상대로 한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처분한다. PRS는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계약 당사자 간 손익을 정산하는 파생계약이다. 주가가 오르면 최 회장이 차익을 얻고, 내리면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여서 최 회장은 지분을 넘긴 뒤에도 일정 기간 SK㈜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최대주주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유인을 계속 유지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0% 이상 유지
거래가 마무리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5.2%에서 22.9%로 낮아진다. 자사주 등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는 최 회장 지분율이 23.9%에서 20.8%로, 특수관계인 포함 시 33.5%에서 30.5%로 각각 줄어든다.
SK㈜는 거래 이후에도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역시 20% 이상(의결권 기준 3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의 안정적 경영 기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앞으로도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며 “회사 역시 기존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