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첫날 李대통령·김승원 고발 등 30건 이상 접수…1호 수사는

3시간 동안 30건 이상 고소·고발 접수…주가조작 등 민생사건 가능성 거론
인력·인프라·법령 등 준비 없이 '개문발차'…본격 수사까진 시간 걸릴 듯

우여곡절 속에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첫날부터 수십건의 고소·고발이 쇄도하면서 '1호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중수청은 본격적 업무를 시작한 2일 오전 9시부터 정오께까지 3시간 동안 30건 이상의 고소·고발을 접수했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외벽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의 민경권 대표는 오전 10시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을 일반이적 혐의로 고발했다.



민 대표는 "국군통수권자와 군령권자가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위성으로 식별하고도 구축이 완료될 때까지 저지하지 않았다"며 "적에게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고 한국의 방위능력에 대한 위험을 현저히 증대시켰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영진과 노동조합 집행부도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초고액 성과급 지급을 합의해 배임을 저질렀다며 함께 고발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수원지방중수청에 고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인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글에서 김 의원의 경기도당위원장 시절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와 법령 위반 여부를 충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수청 민원실에는 이날 오전 9시 정각 '아내의 의료사고에 대해 불송치 결정한 경찰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처음으로 제출됐다.

다만 중수청은 현장에서뿐 아니라 국민신문고와 우편을 통해서도 고소·고발을 접수하고 있어 '1호 사건'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수청이 사실상 검찰을 대체하는 핵심 수사기관으로 출범했다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첫 사건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범죄 엄단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주가조작과 담합 등 이른바 '민생 사건'이 중수청의 1호 수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중수청도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353억원 중 284억원(80.5%)을 '중대경제범죄수사' 몫으로 배정한 상태다.

올해 3월 신설된 법왜곡죄 관련 고발장도 중수청에 여럿 접수됐지만 범죄구성 요건이 아직 명확지 않아 첫 수사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중수청도 국회에 제출한 성과계획서에서 "법왜곡죄의 경우 신설 수사 대상 범죄로 구성요건에 관한 판례가 형성돼있지 않아 수사 착수 기준의 자체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수청 안팎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2021년 4월 출범 100여일 만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정했다.

공수처는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 교사의 특별채용을 부당하게 지시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같은 해 9월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재판에 넘겨진 조 전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공수처는 "국민들이 기대하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아닌 너무 쉬운 사건을 고른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다만, 중수청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전반적인 준비 부족 속에 졸속 출범한 탓에 당장 압수수색이나 신병 확보 등 강제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수청은 사무공간부터 통신망·전산시스템 등 수사 인프라, 하위 법령까지 완비하지 못한 채 문을 열었다.

조직을 이끌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도 제청 25일 만인 이날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빨라도 이달 중순에야 임명될 전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검경으로부터 단순 이첩받은 사건보다는 그간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범죄 정보를 선별해서 1호 사건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며 "인력·시설의 한계 속에서 올해 안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