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전 완승은 ‘회광반조’였나? 우루과이전 대패에 이어 베네수엘라전은 처참한 경기력 끝에 0-0 무승부...김민재 ‘모레노호’ 직격 “수비수들만 불쌍해”

에콰도르전 3-0 완승은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원기를 되찾는 상태를 비유하는 ‘회광반조’였던 건가. 우루과이전 1-4 대패로 대굴욕을 당한 한국 축구가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베네수엘라는 상대로도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며 0-0으로 비겼다. 오죽했으면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 ”수비수들이 불쌍하다“며 분노를 할 정도였다.

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베네수엘라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손흥민 등 한국 선수들이 관객에 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모레노 감독은 앞선 지난달 24일 에콰도르전(3-0 승), 28일 우루과이전(1-4 패)와 마찬가지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주장 손흥민(LAFC)이 오현규(베식타시)와 함께 3경기 연속 투톱 스트라이커로 나섰고, 좌우 날개로는 김민수(레인저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배치됐고, 중원은 황인범(포르투)과 박진섭(저장)이 책임졌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조현택(울산), 김민재(뮌헨), 이한범(브루게),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는 처음으로 송범근(전북)이 꼈다.

 

이날 상대한 베네수엘라는 FIFA 랭킹 48위로 한국(32위)보다 16계단이나 낮고,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하지 못한 국가다. 그러나 전반 45분에야 첫 슈팅이 나올 정도로 상대를 압도하기는커녕 시쳇말로 ‘발렸다’. 그야말로 처참한 경기력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이강인이 베네수엘라 크리스티안 카세레스를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

모레노 감독의 한국 축구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에콰도르전만 해도 1~3선 간의 촘촘한 간격이 잘 유지됐고,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역동적인 축구를 선보였지만, 이후 2경기에서 오히려 후퇴하는 모양새다. 우루과이전에서는 투톱을 쓰는 포메이션의 약점인 중원 숫자 싸움에서의 열세가 극대화되며 전반에만 세 골을 뚜드려 맞고 패하더니 이날은 비긴 게 다행일 정도로 뭘 해보지도 못했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교체를 지시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교체된 후 모레노 감독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골키퍼에서 출발하는 빌드업 패스가 3차례 이상 연결되지 못해 최전방의 오현규와 손흥민은 제대로 볼을 만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중원에 ‘사령관’ 황인범이 합류해 기대됐던 빌드업 과정도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최전방 공격수를 향한 직선적 패스도 부족했고, 패스가 이어져도 상대의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볼을 받다 보니 그대로 공격이 끊어지는 상황도 빈번했다. 결국 유기적인 움직임이 펼쳐지지 못하면서 볼을 소유하고 있어도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백패스와 횡패스로 이어지는 답답한 'U자형 빌드업'이 되풀이되고 말았다.

김민재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몰아 나오고 있다. 연합
김민재가 베네수엘라 공역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

수비수들만 고생한 경기였다. 빌드업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보니 볼을 뺏겨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김민재는 상대의 역습 과정에서 헌신적이고 기술적인 플레이로 실점을 막아냈지만, 후반 35분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폭발했다. 김민재는 모레노 감독과 답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벤치에 앉아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축구화를 벗어 던지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경기가 끝나고 방송 인터뷰에 나선 김민재는 작정한 듯 대표팀의 답답한 모습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반전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다.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가 수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어 포백 수비 전술에 대해선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를 해야한다.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뭔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늘 7-0, 9-0으로이겼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10월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을 앞둔 소감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민재는 “우선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이 하나가 돼 뛰어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모든 선수가'머리를 처박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