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전원 공격-전원 수비 잘 유지됐어” VS 김민재 “팀 전체가 싸우고 수비해야해. 오늘 수비수만 불쌍해”...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모레노 감독 : “수비가 나아졌다. 11명이 같이 공격하고 11명이 같이 수비한다는 콘셉트가 잘 유지됐다”

 

김민재 :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를 해야한다. 오늘은 수비수들이 불쌍했다. 전체적으로 뭔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늘 7-0, 9-0으로이겼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교체를 위해 선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령탑과 핵심 수비수의 말이 엇갈린다. 벤치와 필드 위 사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순 있어도 이렇게 엇갈릴 수 있나. 베네수엘라전을 지켜본 축구 팬들은 누구의 발언을 더 맞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그만큼 ‘모레노호’의 세 번째 경기는 결과는 한심 그 자체였고, 경기력 자체도 처참했다. 아니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래선 모레노 감독에게 붙은 ‘임시’ 꼬리표를 떼는 게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울산문수경기장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10월 A매치 첫 경기여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김민재가 수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4일 에콰도르전만 해도 취임 기자회견 때 천명했던 4-4-2 포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1~3선 간의 촘촘한 간격이 경기 내내 잘 유지됐고, 90분 동안 상대를 압박하며 간결한 빌드업으로 전방으로 바로 공을 보내는 역동적인 축구가 잘 이뤄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전은 투톱을 쓰는 4-4-2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중원 숫자 싸움에서의 열세가 극대화됐다. 손흥민, 오현규 투톱은 상대 센터백들을 맨마킹했지만, 우루과이가 이를 풀어나오면 중원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고 참패를 당했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몰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은 죽도 밥도 안 됐다. 3경기 연속 손흥민, 오현규 투톱 카드를 밀어붙였으나 두 선수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두 선수 탓만 할 순 없다. 전반적으로 팀 전체가 공유하는 세부 전술이나 약속된 패턴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이 뛰는 건 분명한 데 비효율 적이었다. 빌드업 과정에서 세 차례 이상 연결되는 패스는 거의 없었다. 베네수엘라가 하프라인 위로 6명을 전진 배치하는 과감한 압박을 펼쳐 뒷공간이 텅 비었지만,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만한 빌드업 패스 플레이가 실종됐다. 결국 볼 소유 때는 전방으로 공을 뿌리지 못하고 횡패스와 백패스로 시간만 잡아먹는 ‘U자 빌드업’만 할 뿐이었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베네수엘라 공역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비수들만 고생한 경기였다. 빌드업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보니 볼을 뺏겨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김민재는 상대의 역습 과정에서 헌신적이고 기술적인 플레이로 실점을 막아냈지만, 후반 35분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폭발했다. 김민재는 모레노 감독과 답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벤치에 앉아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축구화를 벗어 던지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김민재는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례적인 돌직구를 날렸다. 포백 수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포백 이야기를 할 게 아니다. 팀 전체적으로 싸워주고 경합하고 수비해줘야 한다. 솔직히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전체적으로 뭔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솔직히 결과가 7-0으로 이기든 9-0으로 이기든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라고 직격탄을 던졌다. 이어 9∼10월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을 앞둔 소감에 대해 “우선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이 하나가 돼 뛰어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재와 달리 모레노 감독은 앞선 경기에 비해 뭐가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수비가 나아졌다. 우루과이전에선 상대가 공격으로 전환할 때 우리가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워했는데, 오늘도 그런 상황이 나오긴 했지만 훨씬 나은 대응을 했다. 그게 우리가 준비한 콘셉트다. 11명이 같이 공격하고 11명이 같이 수비한다는 콘셉트가 잘 유지됐다”라고 답했다.

 

4-4-2 포메이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모레노 감독은 “난 건물을 짓고 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이다. 한 경기 결과가 안 좋다고 건물을 싹 갈아엎는 게 아니라 문을 한 번 다시 보고 창문도 다시 보며 나쁜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며 조정하는 게 낫다.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시스템을 바꿔 경기력이 갑자기 나아진다면 그런 선택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복합적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보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시간을 더 필요함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