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가 그와 RN에 비판적인 언론사한테 막말을 내뱉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반(反)이민 등 강성 우파 정책으로 ‘극우’라는 평가까지 듣는 르펜과 프랑스 주류 언론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39개 프랑스 언론사 기자들 대표는 이날 언론의 자유에 대한 르펜의 폭력적 위협 시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RN에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 소속 기자들을 겨냥해 르펜이 “방탄복을 입고 다녀야 할 것”이라고 선동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방탄복을 입고 다녀야 할 것’이란 르펜의 말은 극우 세력 등 RN을 지지하는 이들이 총기로 무장해 메디아파르 기자들 목숨을 노릴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성명에 동참한 언론사 기자들은 “우린 비록 서로 다른 편집 방향을 가진 저마다의 뉴스룸에서 일하고 있으나, RN이 메디아파르 동료들에게 가한 살해 위협만큼은 한목소리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탄복을 입으라는 르펜의 제안은 명백히 비판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이러한 폭력적 위협 시도는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의 전형적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르펜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프랑스에 독재 정권인 다름없는 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아파르는 조르당 바르델라(32) RN 대표가 과거 쏟아낸 반유대주의 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바르델라는 “유대인은 (태생적으로) 다른 민족을 지배하고, 짓밟고, 약탈해야 한다”며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신세계 질서’, 그리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둔 세계”라고 발언했다.
그뿐 아니다. 바르델라는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에 유대인이 관여했다’거나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음모론까지 주장했다. 보도 후 프랑스 좌파는 물론 중도와 우파 진영에서도 바르델라와 RN, 그리고 대선 후보인 르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2027년 4∼5월 실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수로 1, 2위에 해당하는 두 후보를 상대로 결선 투표를 실시해 승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구조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차 투표에선 르펜이 1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르펜과 RN을 ‘극우’로 여기는 다른 정파들은 적어도 결선 투표에서만큼은 극좌부터 중도·우파까지 일치단결해 르펜의 대통령 당선을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르펜은 앞선 2017년, 2022년 두 차례 대선 모두 결선 투표 진출에 성공했으나, ‘극우 세력의 집권만은 안 된다’고 여긴 좌우 양 진영의 결집으로 연거푸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