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갈라선 옛 러시아 총리 “러·우크라 전쟁은 실수”

전면전 발발 후 어느덧 6번째 겨울 맞아
“푸틴, ‘우크라 약체’ 정보 보고만 믿어”
이란 전쟁, 미·유럽 분열 등 푸틴에 호재
“러시아, 종전 협상 나설 준비 전혀 안 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지금은 완전히 갈라선 전직 러시아 총리가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다만 푸틴이 이를 인정하고 종전 협상에 매달릴 가능성은 없다며 올겨울 우크라이나의 시련은 혹독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2000∼2004년 재임).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카시야노프(68)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AFP와 인터뷰를 했다. 2000∼2004년 푸틴 1기 행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카시야노프는 한때 푸틴의 핵심 측근이자 경제 책사였으나, 지금은 크레믈궁과 절연한 채 라트비아 리가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카시야노프는 “푸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략이 실수였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나, 결국 그가 정한 방침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우크라이나가 허약하다는 보안 기관의 보고만 믿은 것이 바로 실수”라고 덧붙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종전 협상이 시작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3자 회의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나 카시야노프는 비관적 입장을 내비쳤다. “푸틴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단언한 카시야노프는 그 이유로 미국·이란 전쟁에서 비롯한 유가 상승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미국과 유럽의 견해차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중동산 원유 수출길이 좁아진 상황에서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값싼 원유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며 전시 경제를 지탱할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서유럽 열강 지도자들 간의 갈등은 푸틴에게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카시야노프는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푸틴은 잔뜩 고무돼 있다”며 “그는 러시아가 어떠한 양보도 없이 전쟁을 계속해 결국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분석했다.

 

좀 있으면 전선을 얼어붙게 만드는 강추위가 몰아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얼마든지 보유하고 있다. 혹한 속에서 싸우는 장병들은 물론 민간인들도 난방, 요리 등을 위한 에너지 확보가 필수다. 이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러 차례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카시야노프는 “다가오는 겨울이 우크라이나에 특히 혹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서방 국가들을 향해 “서로 결집해 러시아의 공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페트리어트 미사일 등 방공 무기를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0∼200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미하일 카시야노프(왼쪽)가 현직 시절 푸틴과 함께한 모습. AFP연합뉴스

1957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카시야노프는 옛 소련에서 경제 관료로 경력을 쌓았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눈에 든 그는 재무부에서 승진을 거듭하다가 1999년에는 재무장관으로 기용됐다. 2000년 푸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총리로 발탁돼 러시아의 경제 자유화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 속도 등을 둘러싸고 푸틴과 견해차를 노출하다가 2004년 경질됐다. 카시야노프는 2008년 야당 대표로 변신해 푸틴을 비판했으나 정치적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러시아를 떠났다. 이듬해인 2023년 러시아 정부는 카시야노프를 ‘외국 앞잡이’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