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바보입니까?” 안철수까지 등판…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논쟁’ 활활

안철수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하태경도 “폐지해야”
김주형은 금메달로 최소 18개월 공백 피해…외신도 한국 병역제도 조명
1973년 도입, 1990년 현행 틀 확립…종목·경쟁 수준 안 따지는 기준 논란

한국 남자축구의 아시안게임 4연패를 계기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을 병역 혜택과 연결해 언급한 사실을 정치권이 문제 삼으면서다. 반면 남자 골프에서는 김주형(24·나이키)이 금메달로 장기간의 군 복무 공백을 피하면서 이 제도가 선수들의 경력에 미치는 현실적인 무게도 드러났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의원실 제공.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대 안 간다고 자랑하는 국가대표 축구팀, 군대가 혐오시설입니까? 나라를 위해 발목 잃은 군인은 바보입니까?’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전날 일본과의 결승에서 1-0으로 승리해 4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축구대표팀을 겨냥했다. 이번 대표팀 23명 가운데 20명이 병역 혜택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부 선수들의 금메달 이후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한 선수가 “금메달도 트로피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군 면제만 봤다”며 훈련 중 ‘이등병의 편지’를 틀어놓고 연습했다고 밝힌 점을 거론했다. 또 다른 선수의 전역모 착용 사진과 주장 선수의 인터뷰 등을 언급하며 “군대 안 간다고 자랑하며 조롱한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군대가 혐오시설입니까. 사람이 못 갈 곳입니까.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모두 호구입니까”라며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고 했다.

 

최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폭발 사고도 언급했다.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 작전 중 미상의 폭발이 발생해 군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일부는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안 의원은 “며칠 전 서부전선에서 북한의 지뢰로 군 장병이 발목을 잃었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위험지역을 수색하다 다친 참변”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희생을 두고 해야 할 말”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면제 슛’ 한 골에 국위선양을 존중하는 나라와 국민의 배려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며 “군 면제 없이도 우승하고 금메달을 따오는 선수도 많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게 군 면제는 가당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은 야구에서도 불거졌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지난 28일 한국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계기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 혜택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프로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는 반면 일본은 사회인 선수들이 출전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병역 혜택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치권의 문제 제기는 병역 혜택이 선수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대회 사례와 맞물린다.

 

김주형은 전날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에서 열린 남자 골프 개인전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골프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우승한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김주형에게 상금은 없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PGA 투어 경력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의미를 가졌다. 병역 의무에 따른 장기간의 경기 공백을 피했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김주형이 금메달로 최소 18개월의 선수 생활 공백을 피하게 됐다고 조명했다. 골프채널은 현역 복무에 따른 18∼21개월의 경기 공백과 그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수입 손실을 거론했다.

 

과거 PGA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한 배상문은 군 복무를 위해 투어를 떠났고, 노승열도 선수 생활 도중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김주형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반면 김성현은 개인전에서 금메달 경쟁에서 멀어진 데 이어 한국이 단체전에서도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김성현은 올해 4월 병역 문제로 국외 체류기간을 더 연장하지 못해 미국 활동을 중단하고 귀국한 뒤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들도 김주형의 우승과 함께 한국의 병역 제도를 조명했다. 아시안게임이 상금이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참가 여부와 별개로 한국 남자 선수들에게는 병역 혜택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김주형은 병역 문제보다는 국가대표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우승 뒤 “개인적인 목표가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조국에 메달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시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도요타=뉴시스

병역법 시행령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를 예술·체육요원 추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종목의 프로화 여부나 참가 선수의 전력, 대회의 경쟁 수준 등은 편입 기준에 들어 있지 않다.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현역병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34개월간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544시간도 이수해야 한다.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당시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대회 입상자가 대상이었고, 1990년 현재의 핵심 기준인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로 틀이 좁혀졌다.

 

그로부터 30여년이 더 흐르는 동안 한국 스포츠는 크게 달라졌다. 축구·야구·골프 등 프로스포츠가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고,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상시 경쟁하는 종목도 늘었다. 아시안게임 역시 종목과 국가별 대표팀 구성에 따라 경쟁 환경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병역 혜택의 문턱은 여전히 대회와 입상 결과를 중심으로 정해진다. 50년 전 만들어진 제도를 달라진 스포츠 환경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