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이럴 때 쓰라고 생긴 줄임말이 ‘넌씨눈’(넌 씨X 눈치도 없냐) 아닐까. 안 그래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주어지는 병역 특례 혜택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남자축구 4연패를 달성한 ‘이민성호’의 일부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이나 자부심보다는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에 대한 기쁨만 표현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는데, 주어질 병역 특례 혜택에 대한 감사함과 겸손함을 표현해도 모자를 판국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언행과 퍼포먼스로 인해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의 ‘후과’인 병역 특례 혜택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4 인천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까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를 달성한 한국은 통산 우승에서도 한국은 가장 많은 7회로 2위 이란(4회)을 멀찍이 따돌리고 ‘아시안게임 한정’ 최강 국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자카르타와 항저우에 이어 이번 아이치·나고야까지 결승에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아시안게임 한일전’은 6연승이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역대 전적은 9승1패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엄지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골 4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쓸며 한국의 금메달을 몸소 가져왔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축구 대표팀 엔트리 23명 중 이미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이영준(그라스호퍼) 이승원(강원) 김준홍(수원 삼성) 3명을 제외한, 엄지성을 비롯한 20명은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이번 대표팀 대다수가 병역 혜택을 위해 금메달에 절실했던 것을 누가 모를까. 이미 해외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1년 반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K리그에서 뛰면서 해외 리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선수들에겐 병역 의무는 장애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였던 손흥민이 뛰었고, 2022 항저우에선 이강인이 뛰었다. 이미 해외리그에서 뛰던 둘이 아시안게임이라고 하는 정식 A매치도 아닌 대회에 나온 이유? 딱 하나다. 병역 혜택을 위해.
그래도 그 목적을 선수들 스스로가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국민적 불편감을 초래할 수 있다. 결승전 직후 2007년생으로 대표팀 막내인 박승수(뉴캐슬)이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게 그 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고작 3경기 18분을 뛴 게 다인 박승수가, 본인이 챙겼든, 대표팀 동료가 챙겼든 전역모를 떡 하니 쓰고 나와서 자신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볼썽사납다. 직접 금메달을 이끌며 버스 조종사 역할을 했어도 비판받아야 할 행동인데, 그저 버스 승객으로 사실상 ‘무임승차’해놓고 전역모 세리머니를? 이는 대다수 남성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초반의 1년 반을 나라를 위해 바친 것을 조롱하는 것으로까지 비칠 수 있다.
이버 대표팀 주장 이기혁도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금메달의 기쁨을 표출하는 과정이었으나 경솔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양민혁의 인터뷰도 문제였다. “축구는 보통 트로피를 많이 드는데, 메달을 받으니 어떠냐”는 질문에 “메달이냐, 트로피냐 이런 거는 정말 중요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저희가 보상받는 거는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고 사실 이런 트로피나 메달에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들에겐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저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인터뷰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기혁도 사과를 했고, 박승수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당신들의 행동은 태극마크를 그저 이용했다는 것으로만 비쳐질 뿐이다. 게다가 논란이 커지자 정치인들도 나서서 병역 특례 혜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라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자신들의 몰상식한 행동 하나에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은 그 혜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