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출석을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 등을 이유로 들자, 민주당은 대법원장도 국회 출석 의무를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용우 대변인도 이날 “조 대법원장,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으려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의견서만으로는 국정감사 자체에 불참하겠다는 것인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출석이 어려운 이유로 사법권 독립을 내세웠다. 그는 의견서에서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데, 이에 대한 증언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반영된 삼권분립의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 의원은 “국회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견제와 검증을 거부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김의겸 의원도 이날 입장문에서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가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으로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은 감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 의무를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갈렸다.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의 권력분립 상 한계를 벗어날 뿐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제121조는 국무총리·국무위원·정부위원이 국회 본회의나 위원회의 출석 요구를 받으면 출석해 답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장은 해당 출석 요구 대상에 명시돼 있지 않다.
반면 서 의원은 법사위가 기관증인이 아닌 일반증인으로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한 만큼,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상 출석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출석의무 자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수사 가능성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수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수사 가능성만으로 불출석한다면 피고발된 모든 공직자가 국정감사를 회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되며 이는 국정감사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선례가 된다”고 꼬집었다. 또 본인이나 친족의 형사책임이 드러날 우려 등으로 선서·증언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이를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경위도 선서·증언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28일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불출석 사유서 제출은 자신의 발언을 번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의무에 따라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국민께 성실히 답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