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 암 위에만 있으면 5년 생존율 97.6% 증상 없더라도 위내시경 검진 받아야
위 절제 않고 ESD로 암 병변만 제거 기존 식생활과 소화기능 유지에 유리 복강경·로봇수술도 환자 부담 줄여줘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었던 위암은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며 암 발생 순위 5위까지 낮아졌다. 치료 성적도 크게 좋아지면서 위암 치료에서도 암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 뒤 정상적인 식생활을 영위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데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조기에 발견할수록 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없는 위암… 조기검진이 치료 바꾼다
4일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새로 위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2만8943명이다. 1999년에는 위암이 국내 암 발생 1위였지만 2023년에는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에 이어 5위로 내려왔다.
치료 성적도 크게 좋아졌다. 2019∼2023년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6%로, 2001∼2005년 58%보다 20.6%포인트 높아졌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발견된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7.6%에 달한다.
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게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더부룩함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흔한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짠 음식 위주의 식습관, 흡연·음주, 위암 가족력, 만성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 등이 꼽힌다.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인자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선택지도 넓어진다. 국가암검진에서는 40세 이상 남녀에게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위암 가족력이나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해 개인별 검진 간격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대목동병원 외과 김지선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위내시경 검사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어 조기 위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증상이 생긴 뒤 병원을 찾기보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암은 떼고 위는 남긴다… 기능 보존 치료 확대
위암은 암의 위치와 진행 정도에 따라 위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림프절 전이 위험이 낮은 일부 조기 위암은 위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로 암 병변만 제거할 수 있다.
위내시경에서 의심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암 여부를 확인하고 병변의 크기와 침범 깊이, 조직형, 궤양 여부 등을 종합해 ESD가 가능한지를 판단한다. ESD는 점막 아래에 약물을 주입해 병변을 들어 올리고, 특수 전기 절개도로 점막과 점막하층을 박리해 암 병변을 한 덩어리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절제된 조직은 병리검사를 통해 암의 정확한 크기와 침범 깊이, 절제면에 암세포가 남아 있는지 등을 다시 확인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혜원 교수는 “내시경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위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위를 절제하지 않고 병변만 제거하므로 신체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고령이거나 당뇨병,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전체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치료 후 삶의 질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위를 일부 또는 전부 절제하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줄고 체중 감소나 영양 부족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이 지나치게 빠르게 장으로 내려가 식후 복통이나 어지럼증, 두근거림 등을 일으키는 ‘덤핑증후군’과 같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반면 ESD는 위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병변만 제거해 기존의 식생활과 소화 기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조기 위암이라고 해서 모두 ESD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시경 치료 후 병리검사에서 암이 예상보다 깊게 침범했거나 림프혈관 침범 등이 확인돼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적인 위 절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내시경 치료 후에도 남아 있는 위에서 새로운 위암이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인 위내시경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내시경 치료가 어려워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위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위를 많이 절제할수록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줄고 체중 감소나 영양 문제, 식후 불편감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위암에서는 병변의 위치와 범위 등에 따라 위 절제를 최소화하는 유문보존위절제술이나 근위부위절제술 등 기능보존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방법도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주로 시행됐던 개복수술 대신 작은 절개창을 이용하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널리 활용된다. 복강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과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다. 로봇수술은 고화질 3차원 입체 영상과 관절형 기구를 이용해 깊고 좁은 부위를 보다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위장관외과 최성일 교수는 “수술의 첫 번째 목적은 병소를 완전히 제거하여 재발을 막는 것이며, 두 번째는 위를 조금이라도 남겨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