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이 올해 개천절 국경일 행사를 지난 6월 발생한 규모 7.5의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머무는 임시대피시설에서 열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을 현지에서 실천한다는 취지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주베네수엘라대사관은 지난달 30일 라과이라주 호세 마리아 바르가스 종합체육관에서 한인 동포사회와 함께 개천절 국경일 행사를 개최했다. 이곳은 지진 피해 주민들의 임시대피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이한상 주베네수엘라대사대리는 이날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지리적으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멀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까지 멀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때 우리는 서로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은 통상 호텔에서 개최해온 국경일 행사를 올해는 이재민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이 대사대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행사를 여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 곁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홍익인간’이라는 생각이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바로 그 정신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한인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네수엘라 해외자문위원단, 한글학교, 한인교회, 한국어학당, K-팝(POP) 스쿨과 현지 동포 기업 등도 힘을 보탰다. 이들이 마련한 구호물품은 이재민 약 600명에게 전달됐다. 현지인들로 구성된 K-팝 공연과 한국 전통놀이, 한국어 이름 써주기 등 문화행사도 진행됐다. 베네수엘라의 대표 공연예술기관인 테레사 카레뇨 극장 소속 중남미 악기 오케스트라 ‘오딜라(ODILA)’도 무대에 올랐다.
행사에는 마린나 엘레나 사아지안 데 브라칼레 베네수엘라 외교통상부 국제통상 차관과 호세 알레한드로 테란 라과이라주 주지사 등도 참석했다. 사아지안 데 브라칼레 차관은 지진 피해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지원과 연대에 감사를 표했다.
정부는 지진 발생 이후 베네수엘라 피해 주민들의 긴급구호와 복구를 위해 국제기구를 통해 총 800만달러(약 110억원)를 지원했다. 이 대사대리는 “지진은 우리의 집을 무너뜨리고 일상을 바꿀 수 있지만 우리의 연대와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다”며 “여러분이 조금씩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길에서 대한민국도 여러분 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