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신용대출 수요 줄어 1.5조~2조원 감소… 주담대는 비슷 은행권 연말 총량 관리 여유 생겨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처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급증했던 신용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은행권의 연말 대출 여력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000억~2조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앞서 8월에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2조6000억원 늘며 증가폭이 둔화했지만 증가세는 이어졌다. 그러나 9월에는 주담대가 전월과 비슷한 가운데 신용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잔액이 줄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최근 증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5~6월 증시 강세로 주식 투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이후 증시가 조정을 받고 박스권에 머물면서 수요가 줄었다. 추석 상여금 등 여유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한 것도 감소폭을 키웠다.
5대 시중은행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834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2852억원 감소했다. 주담대 잔액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신용대출 잔액이 약 1조3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감소세로 은행권의 연말 총량 관리에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13 부동산 대책으로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가 3%로 오르면서 5대 은행이 올해 추가로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는 총 7조1319억원으로 늘었다. 기존 목표치(1.5%)인 4조3386억원보다 약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새 목표치 1조5942억원 가운데 1조757억원을 집행해 약 5000억원의 여력이 남았고, 신한은행은 목표치 1조3964억원 중 6015억원을 집행해 절반 이상 남았다.
반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이 각각 1조8080억원, 1조6059억원으로 새 목표치인 1조3579억원과 1조447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목표 대비 초과 폭은 각각 33%, 11%다. 다만 은행별 자체 집계와 금융당국의 관리 기준(정책 유보분 등 반영) 차이는 고려해야 한다.
대출 여력이 늘더라도 은행권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약 5000억원 여력이 남아있는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유지 중이다. 서 의원은 “가계부채 관리 목표가 중간에 바뀌는 등 정책 혼선으로 은행권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