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 경험과 집요한 수사로 범인을 쫓고, 시민의 일상을 지켜낸 ‘경찰서 사람들’입니다. 사건 뒤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2002년생 남성, 정신질환 있고 음주 상태입니다. 응급입원 가능할까요.”
토요일 오전 11시쯤 경찰관 2명이 분주히 전화를 돌렸다. 서울 시내 정신병원 5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어렵다’며 거절했다. 경찰관들은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가 적힌 조끼를 입고 출동 채비를 갖췄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병상 섭외는 계속됐다.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던 20대 남성 A씨는 연인과 다툼 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약을 과다 복용하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들과 1시간여 실랑이를 벌이면서 치안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 소속 정신응급경찰대응팀(대응팀)은 현장 경찰로부터 정신질환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자·타해 위험’과 ‘긴급성’을 판단했다. 현장에서 파출소 경찰관들이 1차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 대응팀은 입원 절차를 담당한다.
대응팀 소속 이승건(43) 경위는 4일 “치료받을 병상을 확보하는 것도, 치료를 받도록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도 반나절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이 외상이나 기저질환을 들어 입원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경위는 “자해로 인해 피를 흘리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처치 후 정신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이를 담당할 인력이나 구급차 등 상황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이나 치매, 당뇨 등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입원이 쉽지 않다.
응급입원 환자는 최대 3일간 정신병동에 머무는데, 응급이나 외래 상황이 생기면 병원이 부담을 떠안아서다. 이 경위는 “종합병원에 응급입원을 위한 공공 병상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자 사건 처리 지연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대응팀 업무는 자살 예방과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응팀은 지난 8월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 환자였던 50대 남성 B씨의 응급입원과 행정입원 절차를 지원했다. 서울 중랑구 한 주택가 옥상에 올라간 B씨는 술에 취해 주민들에게 벽돌을 던지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소리를 치는 등 위협을 가했다.
대응팀은 B씨에 대한 체포보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응급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서다. 대응팀은 15개 병원에 ‘전화 뺑뺑이’를 돌고, 입원 치료를 받도록 B씨를 설득했다. 지자체와 연계한 행정입원 절차를 거쳐 B씨는 3개월간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경위는 직전 3년간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며 늘어나는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응팀에 자원했다. 이 경위는 “경찰이나 당사자, 가족들이 정신질환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살 시도에 이르게 되는 건 벼랑 끝에 몰려서인데, 이들의 고립을 막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범죄와 자살이 예방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