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수년간 ‘공무원 엑소더스’(대탈출)를 막기 위해 처우 개선에 나서면서 6급 이하 이탈자는 3000명대에서 2000명대로 줄었지만,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의 이탈자는 기존 1000명대를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직 공무원에 집중된 처우 개선, 고위직 공무원의 축소된 위상 등으로 인해 직급별 이탈 추이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학기술·행정·관리운영직군의 5급 이상 의원면직자는 2021년 1048명, 2022년 1101명, 2023년 1110명, 2024년 1038명, 지난해 1046명이었다. 최근 5년간 한 차례도 1000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의원면직이란 공무원이 자발적 의사로 사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6급 이하에서는 뚜렷한 감소 흐름이 포착된다. 6~9급 의원면직자는 2021년 3001명에서 2023년에 346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724명까지 떨어졌다. 정점을 기록한 2023년과 비교하면 이탈 공무원이 불과 2년 만에 약 21% 감소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의원면직자 가운데 5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24.5%에서 지난해(27.7%)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6급이하 공무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탓이다.
이처럼 5급 이상과 6급 이하 공무원의 이탈 추이가 갈리게 된 배경으로는 하위직·저연차 공무원에 집중된 처우개선이 지목된다. 정부는 2022년부터 공무원의 이탈 행렬을 막기 위해 연봉(연 5∼6.6%↑) 및 수당 개선에 나섰지만 대부분 6급 이하에 치중됐고 5급은 기본 인상(연 1.7∼3.5%)에 그쳤다. 심지어 고위공무원단 및 4급 이상의 경우 2021∼2023년 사이 동결 및 기본 인상분 반납을 하기도 했다.
이는 봉급표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2021년 9급 1호봉의 월급은 165만9500원이었는데 2025년 200만900원으로 올라 20.6% 증가했지만, 5급 1호봉은 256만4700원→279만8500원으로 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에 비해 쪼그라든 고위 공무원의 영향력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회 발전과 함께 민간의 구심력이 강해지며 공무원의 정책 주도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승진 기회가 줄고 민간 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점도 공무원 위상 하락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로 ‘낮은 보수’(39.93%) 다음으로 과다한 업무 16.44%, 승진 적체 10.40%, 보람 부족 10.07%, 가치관 불일치 6.0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기업에 취업한 행정고시 출신 A씨는 “현재는 정부가 아닌 민간으로 경제의 중심이 쏠리면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역할 및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며 “그렇다고 삼전닉스처럼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일은 더 힘드니 굳이 (공무원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과거에는 행시 출신은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차관급 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인사 적체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국장 달기도 어렵다”며 “국장을 하더라도 정권에 따라 옷을 벗어야 해 ‘고용안정성’도 떨어지니 다들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의원은 “어렵게 선발한 우수 인재의 유출은 매년 지적되는 사안”이라며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양성하고 대우할 것인가까지 정부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