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제의 조롱하듯 극초음속 미사일… 北 핵고도화 ‘마이웨이’

北 , 동해상으로 미사일 도발

정동영 대화 재개 제안 하루 만에
김정은 “국가 안보수호 필수 조치”
딸 주애·부인 리설주와 훈련 참관

北, 탄도미사일 다종화 과시 분석
수시 발사 가능한 고체연료 특징

李 “적대·대결 악순환 끊어내야”
지뢰사건 유엔 안보리 서한 검토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하며 핵·전략무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우리 측의 사과 요구에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자작광대극’ 등 거친 비난을 쏟아낸 지 하루 만이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엄중 대응하되 평화공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 총비서가 전날 동해 방향으로 진행된 중거리전략미사일발사훈련을 직접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새벽 진행된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언급하며 “극초음속전략무기체계를 다루는 미사일병들의 화력복무능력을 숙련시키고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효과성, 가동성에 대한 평가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4일 보도했다.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며 “오늘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배우자 리설주 여사도 훈련 현장을 지켜봤다.

 

이번 발사는 북한이 비행 중 기동으로 요격을 어렵게 하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단거리급에서 중거리급으로 확대하며 전력의 다종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단거리급인 화성-11마 개량형에 이어 중거리급 극초음속미사일까지 시험하면서 주일미군 기지 등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 전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쏜 미사일 사진은 2024년 발사된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16나의 동체에 원뿔형 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밝은 백황색 미사일 화염과 짙고 하얀 연기 기둥은 고체연료 미사일의 특징이다. 노즐이 하나로 보이고 외부 장치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에서 최신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부터 극초음속미사일에 사용되는 글라이더형·원뿔형 탄두를 기존 탄도미사일 동체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발사해왔다. 탄두를 쏘아 올리는 미사일은 추진체계 기술과 이력 등이 검증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은 초기엔 액체연료를 사용하다가 고체연료로 전환했는데, 이는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 단·중거리급에서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에 비해 신속한 기동·발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여정 “궤적 추적 불가” 주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3일 새벽 원산 일대에서 진행된 ‘중거리전략미사일’ 발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미사일 비행거리를 700㎞ 이상으로 분석한 데 대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궤적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일각에선 속도보다 궤적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최고고도는 약 90㎞였다. 정점고도가 100㎞ 이하일 경우에는 지구 곡률 때문에 지상 레이더가 탐지하는 시점이 늦어지고,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된 방공망의 교전 고도보다 아래로 비행하게 된다. 여기에 종말단계 직전에서 양력을 이용한 활공까지 더해지면 탐지·요격 시도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북한이 극초음속을 강조하는 것이 속도보다 요격회피 능력을 발휘하는 궤적을 의식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이날 한·일 군사 당국이 미사일 궤적을 잘못 추적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한·미가 보유한 방어자산으로 충분히 탐지·요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반박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북 접근이나 한국의 상응조치·평화 제스처와 관계없이 핵무력 고도화를 자체 일정대로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란 분석도 제기됐다. 김 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 이재명 대통령의 군사적 긴장 완화 필요성 발언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안을 조롱한 데 이어, 다음 날 미사일 발사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은 우리 정부 대화·긴장 완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대남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아내, 딸까지 대동해 핵·전략무기 관련 군사행동을 참관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전략무기 개발이 체제 연속성과 직결된 핵심 사업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북·미 대화 추진 국면에서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한 협상 구도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청와대. 뉴시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엄중히 대응하면서도 남북 간 긴장 관리와 대화·소통 재개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대독한 10·4 남북정상선언 기념식 축사에서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공식 소통 채널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맞대응이 이어질 경우 우발적 충돌과 국지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뢰 폭발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처럼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