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알래스카 프로젝트, 누가 책임질 것인가

파이프라인 건설·가스 수출 등
트럼프 퇴임 후에나 실현 가능
상원 의석 수성 실패한 후에도
정치적 자원 집중할지는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사업을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업성 검토에 착수한다고 했을 뿐 투자 여부도, 투자액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는 공화당 우세에서 초접전으로 변한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백악관 발표에 동석한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설리번 의원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물로 치켜세웠다. 최근 연료비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등에 업고 추격하는 메리 펠톨라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던 설리번 의원으로선 일단 호재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하지만 알래스카 정치권 내부의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설리번 의원의 처지는 단순하지 않다. 이번 중간선거 대상이 아닌 알래스카의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리사 머코스키는 한국의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한국의 투자 시점과 이번 합의의 다른 주요 세부사항에 대해 더 알아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공영방송 NPR의 알래스카 지역 방송인 KDLL도 이번 발표를 둘러싼 현지 공화당 정치인들의 신중한 반응을 전했다. KDLL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인 니키스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제시 비요크먼 주 상원의원은 백악관 발표의 세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무엇이 합의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치인들조차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조지타운대에서 법학과 외교학 석사학위를 받고 알래스카 천연자원부 장관과 주 법무장관을 지낸 설리번 의원 역시 이 사업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모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한국을 압박해 이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주요 개발사인 글렌파른 그룹의 브렌던 듀발 최고경영자(CEO)는 완공 시점 질문에 자금이 들어온 시점부터 파이프라인 건설과 알래스카 주민에 대한 가스 공급까지 3년이 걸리고, LNG 수출에는 다시 2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다.

당장 중간선거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관심을 이 사업에 쏟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그 관심은 설리번 의원의 알래스카 의석 수성 여부와 무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에서 LNG 프로젝트는 초당적 관심사다. 펠톨라 후보조차 이번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이 당선되면 초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알래스카 LNG에 정치적 자원을 집중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가 간 기본적 신의도 지키지 않는 이런 발표가 어떻게 가능하냐는 얘기는 일단 접어두자.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한 뒤 이민 문제에 관한 미·멕시코 합의를 발표하면서 멕시코가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개된 미·멕시코 합의문에는 농산물 구매 내용이 없었다. 당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부인했다. 이듬해인 2020년 미국의 대멕시코 농산물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공개한 팩트시트다. 여기에는 양국이 실제 합의한 내용이나 한국 정부가 발표한 범위를 넘어서는 한국의 추가 약속은 확인되지 않는다. 공식 문서에 비합의 내용이 못 박힌 것은 아니다.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지,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는지, 그리고 알래스카의 가스가 LNG선에 실려 아시아로 향하는지 확인되는 것은 선거가 끝나고도 한참 뒤의 일이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 있다. 반면 알래스카에 남아 그 약속의 결과를 설명해야 할 사람들은 지역 정치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