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지인을 나체로 표현한 성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적 허위 영상물을 유포하던 현직 경찰관이 최근 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A 경장의 휴대전화 등에서는 허위 영상물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불법 촬영물 등이 5600여 개나 발견됐다. AI를 이용해 직접 제작한 허위 영상물만 4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수사관이 신분을 숨긴 채 대화방에 접근하는 ‘잠입수사’를 통해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성범죄를 적발해야 할 경찰이 성범죄자였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누구나 손쉽게 성적 허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AI 시대의 어두운 면을 다시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경찰관이 임용되기 전 동종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2022년부터 범행을 시작했고 2024년 4월 경찰 제복을 입은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경찰 채용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검증이 이뤄졌는지 묻게 된다.
경찰의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소개팅 앱 등으로 만난 여성 15명의 신체를 100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30대 경찰관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4월에도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경사 30대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성년자인 B양과 여러 차례 성적 대화를 하고 성 착취물을 받아낸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이러니 경찰 성비위는 ‘고질병’이라는 질타가 나오는 것 아닌가. 경찰은 성범죄가 터질 때마다 ‘무관용’을 외쳤다.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파면·해임, 특별감찰과 가중처벌까지 약속했지만 성비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내놓은 대책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찰은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범죄 피해자의 개인 정보와 민감한 수사 정보도 다룬다.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도덕성과 준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채용 검증 시스템을 원점에서 점검하고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72년 만에 전면 폐지돼 경찰 권한이 막강해진 마당이다. 지금처럼 내부 혁신은 뒷전인 채 구성원들의 일탈이 되풀이된다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