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시전쟁 떠밀려 ‘독서절벽’…고교생 年 3권도 안 읽는다 [심층기획-대한민국 독서교육 현주소]

교육부 ‘도서관 대출권수’ 분석

초등생 年 26.5권·고교생 2.8권
“수능 권장도서도 지문만 익혀”

대전 45권·제주 14권 ‘3배차’
지역별 대출 양극화도 심화

학교도서관 인프라 차이 커
특수학교 지역차는 더 심각
“독서 활성화 대책 마련 시급
서·논술 평가 내신 확대하고
초교 1학년부터 단계 도입을”

초등학생이 한 해 평균 26.5권의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빌릴 때 고등학생은 2.8권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간 1인당 대출량이 ‘10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대출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독서 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초등학생 1인당 대출량은 대전과 제주가 3배 넘게 차이 나는 등 지역별 격차도 컸다. 입시 중심 교육과 지역별 인프라 차이 등으로 학생들의 독서 환경이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부 ‘시도별·학교급별 학생 1인당 대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의 1인당 연간 도서관 대출은 17개 시·도 평균 26.52권을 기록한 반면 중학생은 4.91권, 고등학생은 2.76권 수준에 머물렀다. 1인당 대출 권수는 17개 시·도의 대출 건수와 학생 수를 각각 합산한 뒤 전체 대출 건수를 전체 학생 수로 나눈 가중평균이다.



학교급에 따라서 대출이 줄어드는 양상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생 1인당 연간 대출 권수가 24.42권에 달했으나 중학생은 4.13권, 고등학생은 1.87권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급감했다. 경기 역시 초등학생은 25.07권을 기록한 반면 중학생 5.03권, 고등학생 2.99권에 그쳤다. 이밖에 부산(초등 33.97권, 중등 5권, 고등 1.84권), 대전(초등 45.20권, 중등 6.41권, 고등 2.77권), 충북(초등 27.89권, 중등 5.41권, 고등 1.78권), 전남(초등 27.32권, 중등 5.26권, 고등 4.72권) 등도 학교급에 따라서 대출량이 급격히 줄었다.

 

특히 학교도서관 대출량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2024년 2.84권이었던 고등학생 1인당 대출량은 지난해 2.76권으로 감소했다. 중학생도 같은 기간 4.97권에서 4.91권으로 줄었다. 초등학생이 25.47권에서 26.52권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지난해 고등학생 1인당 대출량이 2024년보다 증가한 곳은 경기·울산·인천·충북·강원·제주·전북 등 7곳에 불과했다. 대구는 같은 기간 4.68권에서 4.00권으로 0.68권 감소했고, 전남(5.20권→4.72권), 부산(2.11권→1.84권), 서울(2.07권→1.87권), 경북(4.23권→4.06권) 등 대다수 지역에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 교육 구조가 이러한 현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입시와 내신 준비에 밀려 책을 읽을 시간과 동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은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으로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0.4%)를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사의 52.9%가 ‘과도한 진도 이수와 평가 중심 교육체제’를 문해력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에선 독서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정에서도 많이 다루지만, 고등학교에선 입시 준비 때문에 독서가 쉽지 않다”며 “수능을 위해 읽어야 할 권장 도서가 있지만 독서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재 교육 시스템에선 지문에 나오는 책 내용 일부의 문제풀이 기술만 익히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평가 체제와 수업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서·논술형 평가 방식을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학교 수업과 수행평가 방식 역시 토론식과 에세이(독후감) 작성 등으로 차례대로 바꿔 나가야 학교급과 상관 없이 독서 환경이 전반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학교급 간 격차뿐만 아니라 지역별 대출량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생 1인당 대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전(45.20권)이었다. 대구(39.17권), 부산(33.97권), 충남(30.68권), 강원(29.60권)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는 14.25권에 그쳐 대전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북(18.18권), 인천(22.68권), 광주(22.49권) 등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지역 편차는 더욱 컸다.

 

대구의 특수학교 학생 1인당 대출 권수는 11.96권에 달했으나 서울(4.12권), 경기(1.28권), 전북(2.47권), 제주(1.55권) 등은 한 자릿수나 1권 안팎에 머물렀다. 장애 학생을 위한 맞춤형 특수 도서 확충과 전문 독서 지원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인선 의원은 “독서는 문해력과 사고력의 기본인 만큼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책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초등 및 특수학교 학생 도서 대출량도 지역에 따라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도서관 인프라와 독서교육 프로그램의 지역 격차를 점검하고, 중·고등학교 독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7월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을 통해 독서를 학교 재량에만 맡기지 않고 교과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2030년까지 매년 1000개씩 독서 연계 교과수업 모델을 발굴해 독서교육 플랫폼 ‘독서로’를 통해 전국 학교에 공유하기로 했다. 아울러 ‘독서로’에 기재된 학생의 독서 활동 기록을 나이스(NEIS)와 연동해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자동 반영하고, 학부모의 자녀 독서 이력 조회 기능을 개선하는 등 플랫폼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독서교육 집중 학년’으로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