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저지른 범행”…윤희일 ‘코스모스를 죽였다’ 오페라로 관객 만난다

윤희일 작가 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 창작오페라로 재탄생
치매 환자와 간병인의 고통·삶과 죽음의 의미 조명

“사랑해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15년 일본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간병 살인’ 사건을 선고하며 남긴 말이 저자의 가슴에 가시처럼 박혔다. 판사는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93세 남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오페라 ‘코스모스를 죽였다’ 원작자인 윤희일 작가. 나무예술기획 제공
 

판사는 선고 말미에 “60년 이상 삶을 함께해온 부인을 자신의 손으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데 대해 동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저승에 가서)만났을 때 부인이 슬퍼하지 않도록 평안한 나날을 보낼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남편은 2014년 자기 집에서 부인(83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허리와 다리 등의 통증에 시달리며 치매 증상까지 갖고 있던 부인은 매일 같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은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봤다. 사건 당일 남편은 “(저승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아내 곁에 누워 옛 추억을 더듬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결국 아내의 목을 졸랐다. 

 

당시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이었던 윤희일(64) 작가는 해당 사연을 기사화했다. 

 

윤 작가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면서 울고 말았다”라며 “취재하면서 운 적은 있지만 기사를 쓰면서 운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날의 ‘간병살인’이 남긴 가슴의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윤 작가는 그 아픔을 글로 풀어내기로 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고 취재에 나섰다.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관련 사례와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의 길을 가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서 가족을 돌보다 비극적인 선택에 내몰린 사례는 적지 않았다. 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치매 환자와 간병인이 마주한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 

 

오페라 ‘코스모스를 죽였다’ 포스터. 나무예술기획 제공

2020년 8월 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문학의문학)는 세상에 나왔다.  

 

소설은 초고령 사회의 치매 환자와 이를 간병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현실적 고통을 ‘코스모스’라는 상징과 예술적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는 주인공이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아내를 보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는 이야기이다. 

 

윤 작가는 “비극의 주요 원인은 질병인데 그중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것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은 2022년 12월 창작오페라로 초연됐다.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오페라로 관객을 만난다.  

 

소설과 오페라의 주인공인 김상혁과 그의 아내(코스모스)는 햇살 좋은 어느 날 오후, 서로 등 대고 졸다가 함께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김상혁은 갑자기 다가온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코스모스의 목을 졸랐다. 그는 “내가 기억을 완전히 잃으면 당신의 손으로 죽여달라”는 코스모스의 간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번 오페라는 ‘손바닥 소극장 오페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선보인다. 소극장에 맞춰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힌 ‘밀착형 창작 오페라’이다. 배우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모든 음악은 독일에서 공부한 작곡가인 김명순 ㈜나무예술기획 대표가 작곡했다. 메조소프라노 구은서, 소프라노 박희경, 테너 권순찬, 전용현, 바리톤 유승문, 배우 문성필 등이 출연한다. 

 

김명순 나무예술기획 대표는 “화려한 무대장치에 가려졌던 오페라 장르의 본질을 소극장 공간에 맞게 재정립함으로써 오페라의 새로운 제작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8일과 9일 오후 7시30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 옆 복합문화공간 플랜에이B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전석 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