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 업체들이 멕시코 유통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현지 대형마트까지 파고든 데 이어 농심도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를 앞세워 샘스클럽과 소리아나 등 대형 유통망 공략에 나섰다.
K팝과 한국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K푸드 관심을 실제 제품 구매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매운 음식에 익숙한 멕시코 소비자를 겨냥해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과 대형 유통망 입점, 체험형 마케팅을 함께 강화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K-EXPO MEXICO에 국내 라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했다.
농심은 행사장에 신라면 브랜드 세계관을 구현한 신버스(Shinverse) 부스를 마련했다. 브랜드 앰배서더 에스파를 활용한 포토존과 한강라면 조리기를 설치하고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를 현장에서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회 참가에만 그치지 않았다. 현지 유통업체와 실제 입점 협의도 진행했다.
농심은 멕시코에서 17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회원제 유통업체 샘스클럽과 신라면 큰사발, 신라면 툼바 큰사발의 연내 입점을 추진한다. 내년 초 판매를 본격화한 뒤 신라면 로제와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으로 제품군을 넓힐 계획이다.
멕시코 대형 유통체인 소리아나와도 손잡았다. 오는 11월 멕시코의 대규모 할인행사 부엔 핀(Buen Fin)에 맞춰 농심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판촉행사를 진행한다. 내년 초에는 신라면 로제를 새로 입점시키고 김치볶음면 등 볶음면 제품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멕시코 대형 유통망에서 K라면 판매가 시작된 것은 농심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이미 월마트 멕시코의 정식 판매망에 들어가 있다. 월마트 멕시코 온라인몰에서는 불닭볶음면 오리지널을 비롯해 까르보불닭, 치즈불닭, 2배 매운 불닭 등 여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멕시코 시장과 특히 접점이 큰 제품은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이다. 매운맛에 하바네로 고추와 라임의 산미를 섞은 제품으로, 멕시코 음식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맛의 조합을 활용했다.
월마트 멕시코는 현재 이 제품을 135g 한 봉지에 40멕시코페소에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상품 페이지에는 최근 한 달간 1000개 이상 구매됐다는 표시도 붙어 있다.
삼양식품도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을 해외에서 먼저 판매한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 제품을 내놓을 때는 해외 판매 제품보다 매운맛을 높이고 고수 향을 낮춰 다시 설계했다. 같은 불닭 브랜드 안에서도 국가별 입맛에 맞춰 맛을 조정한 셈이다.
삼양식품은 현지 판매와 함께 대형 문화행사를 활용한 체험 마케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한국 식품기업 최초로 공식 파트너이자 라면·핫소스 부문 독점 파트너로 참여한 데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코첼라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라면을 마트 진열대에 놓는 데서 끝내지 않고 음악과 K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농심이 이번 멕시코 K-박람회에서 에스파 포토존과 한강라면 체험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업체들이 멕시코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빠른 수출 증가세가 있다.
관세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바탕으로 한 멕시코 K푸드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대멕시코 라면 수출액은 2406만9772달러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같은 해 한국이 멕시코에 수출한 주요 식품 가운데 라면 수출 규모가 가장 컸다.
한국 식품 전체의 멕시코 수출도 커지고 있다. 2023년 4445만달러에서 2024년 5847만달러로 31.5% 늘었고, 지난해에는 6197만달러까지 증가했다.
현지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아시아 식품점이나 온라인몰에서 찾아야 했던 한국 라면이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월마트 멕시코 온라인몰에는 삼양식품뿐 아니라 농심 신라면 제품도 등록돼 있다.
경쟁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최근에는 현지에서 익숙한 매운맛과 식문화를 제품에 반영하고 봉지면뿐 아니라 용기면과 볶음면까지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농심이 멕시코에서 용기면 판매 확대를 우선 추진하는 것도 현지 소비 성향을 반영한 전략이다. 신라면 큰사발과 툼바 큰사발로 소비자 접점을 넓힌 뒤 로제와 김치볶음면까지 선택지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멕시코 시장은 중남미 확장을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도 있다.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에다 매운맛을 즐기는 식문화가 형성돼 있어 한국 라면 업체들이 브랜드를 확장하기 좋은 시장으로 꼽힌다.
불닭이 먼저 대형마트 매대를 넓힌 가운데 신라면까지 샘스클럽과 소리아나로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멕시코 K라면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