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이란 용어를 ‘슈퍼지능’(SI)으로 고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안착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SI가 일종의 유행어처럼 급부상하며 미처 예상치 못한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연방정부 내에 ‘SI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SI가 인류에 끼칠 영향이 “산업혁명이나 인터넷보다 더 클 것”이라며 “SI 분야에서 미국이 선두를 지속하도록 하는 임무를 TF가 맡게 되면 모든 미국인의 이익이 보장됨과 동시에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9일 ‘SI 시대의 개막’이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미 연방정부가 AI 대신 SI를 채택하도록 의무화 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는 절친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SNS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퍼담기도 했다. 머스크는 “더는 AI가 아니다. SI, 그게 더 낫다”(No more AI. SI, It’s better)라고 적었다. 이는 트럼프의 제안을 빅테크 기업 등 미국 산업계도 반기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SI가 무슨 유행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며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 나라도 있다. 바로 동유럽 슬로베니아다. 이 나라는 국가 코드 주소(도메인)로 ‘.si’를 쓴다. 국가 코드 도메인이란 한국의 ‘.kr’, 일본의 ‘.jp’처럼 국가별로 정해진 고유 인터넷 주소다. 그런데 트럼프가 AI를 SI로 개명한 직후 슬로베니아를 뜻하는 ‘.si’ 주소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슬로베니아 도메인을 관리하는 Register.si(레지스터.si) 측에 따르면 ‘.si’가 들어간 새 주소 등록이 최근 급격히 늘어 하루 평균 4000건에 달했고 어떤 날은 무려 1만1000건을 기록했다.
특정 국가의 인터넷 주소를 사용하려면 매년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tv’는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국가 코드 도메인이다. 그런데 텔레비전(TV)을 연상시키는 ‘.tv’라는 도메인에 탐을 내는 방송사 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많다. 그 때문에 투발루는 인터텟 주소 사용료로만 연간 1000만달러(약 135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Register.si 측도 입장문을 통해 “아직 ‘.si’ 주소를 소유하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가능한 한 빠른 주소 등록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부로 1991년 유고 해체 당시 독립국이 되었다.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약 11분의 1 정도이고, 인구 또한 210만여명으로 적은 편이다. 유고 내전으로 인한 파괴를 거의 겪지 않은데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같은 부국(富國)들과 국경을 접해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옛 유고 연방에 속했던 6개국 중 오늘날 국민의 경제적 생활 수준이 가장 높다.
눈길을 끄는 점은 슬로베니아가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56) 여사의 모국이란 점이다. 1970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패션 모델로 성장한 멜라니아는 2005년 트럼프와 결혼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멜라니아의 부친이자 트럼프의 장인인 빅토르 크나브스(82) 또한 미국 시민권을 얻어 현재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