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활동 독자제재안에 의견 불일치…"조현 제안에 정동영 반대" 전언 사과 요구·DMZ 전술조치·군사회담 추진 외 조처 고심
비무장지대(DMZ) 폭발의 원인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굳어지며 '상응 조치'를 놓고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대북 독자 제재 필요성까지도 거론했지만, 사안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측 대성동 마을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5일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DMZ 지뢰 폭발 사고 대응을 비롯한 대북 안보 조치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겨냥한 한국의 독자 제재안을 제시했다.
북한의 해킹과 가상자산 탈취, 해외 정보기술(IT) 인력 활동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개인·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우리 국민과의 금융 거래 등이 제한된다.
외교부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북한 지뢰 폭발을 계기로 추가 제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을 열었으며, 지난달 21일에는 뉴욕에서 3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의 진전을 평가하고 관련 공조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독자제재 카드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 표명과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강한 반론도 개진됐다고 한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강하게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소식통은 "정 장관이 (사이버 활동 제재 방안에) '대노' 수준으로 반응했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이버 분야 독자제재 추진 여부에 대해 이날 언론 안내문을 통해 "내부 검토 단계로,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자금원일 뿐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대응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외교적 조치 외에 군사적 조치로는 탄도미사일 등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체계 시연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과 비교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정부는 대북 사과 요구에 관한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진영에서 주장하는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은 검토되지 않는 분위기다. 평화공존 정책의 전환 또는 포기 전에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지뢰 폭발은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는 의도성 입증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상응조치 검토에 고려 요소가 되는 모양새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이 반복되는 원인인 남북 간 MDL 기준선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회담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현재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정부는 당시 제안이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제안 여부와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