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5일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정상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분들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제의 대상이 농사지을 뜻 없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인 뒤 방치하는 이들이라고 지목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 조사를 “신(新) 소작제의 서막”이라고 주장했다.
◆ “그냥 조사일뿐”…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잘하고 있다며 “농지 전수조사는 그냥 조사일뿐 정상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분들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농사지을 생각이 없으면서 오로지 투기할 목적으로 농사 짓겠다는 거짓말로 정부를 속이고 농지를 취득한 후 농사를 짓지도 않고 방치하는 이들”을 문제로 지목했다.
농업 현장의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상적인 농지 보유와 투기 목적의 취득·방치를 구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 “농민들, 다시 국가로부터 땅 빌리는 처지”
앞서 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전국 농촌을 휩쓸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는 국가가 거대 지주로 군림하려는 신 소작제의 서막이며, 농민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그는 “농민들은 다시 국가로부터 땅을 빌려 농사 짓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이 농민을 지주로부터 해방시켰다면, 이재명 정권의 농지수탈은 국가를 ‘새로운 관제 지주’로 만들고 농민을 ‘국가의 소작농’으로 예속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당 문재인 정권 시절 숲을 밀어내고 산천을 파헤쳤던 태양광 카르텔이 이제는 헐값이 된 농지를 사냥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농민의 피눈물을 짜내 국가와 특정 카르텔의 배를 불리는 폭력적인 농지 수탈을 당장 멈춰라”고 촉구했다.
◆ “투기 가려내려면 어느 땅인지 알아야”
민주당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으로 맞섰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어느 땅이 투기용인지, 어디서 관행적 임대차가 이뤄지는지 모르고 어떻게 투기를 가려내고 고령농을 보호할 수 있느냐”며 “이것을 하려고 농지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나 의원 주장을 “농민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규정하고 “농민 불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을 멈추고, 고칠 것이 있다면 구체적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 아직 확정 아닌 ‘의심 농지’…현장 확인이 남았다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투기를 막고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세우겠다며 정부가 지난 5월 시작한 조사다. 1996년 1월1일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가 대상이다.
농식품부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조사원의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적이고 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투기적 위반을 구분해 처리할 계획이다.
기본조사에서는 지난 7월29일까지 대상의 97%인 132만㏊·1013만필지 확인이 끝났고, 이 가운데 27%인 284만필지가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로 분류됐다. 면적으로는 약 30만㏊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 결과가 행정자료를 토대로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를 선별한 것이어서 현장 확인 결과에 따라 위반 의심 면적이 늘거나 줄 수 있고 현재 단계에서 모두 위법 농지로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도 조사의 목적을 농지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고 설명해 왔다. 송 장관은 “경자유전의 정신은 투기를 방지하고,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를 쓰자는 것”이라며 “그 원칙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했다”고도 했다.
◆ 투기는 처분명령,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 기회
농식품부는 지난달 21일 당정협의에서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농촌의 관행적 위반은 현실에 맞게 정상화·양성화한다는 후속 조치 방향을 밝혔다.
농지 실태를 파악해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고,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 농업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제시한 투기 사례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농업법인을 만들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하거나,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만 공유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허용되지 않는 비농업용 시설로 바꾸는 중대한 불법 전용도 조치 대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투기와 중대한 불법 전용에 대해 농지법에 따른 처분명령이나 원상회복명령 등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고령이나 상속·이농 등에 따른 휴경과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 임대차에는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도록 자진 정비 기간을 주고, 정비가 어려운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해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이러한 처분 유예와 사후 전용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특별조치법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의결해 내년 1분기 시행하고, 농촌 현실과 농지제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농지법 개정은 내년 2분기에 추진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처분 절차와 관련해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해 행정처분이 이뤄지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청문 절차가 뒤따르며, 당사자의 설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조치가 철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