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테러 우려에… 美 전략폭격기 英 기지서 전량 철수

B-1 12대 본토 주둔지로 복귀
기지 인근 테러 혐의자 체포 등
위협·긴박감 고조에 철수 관측

호르무즈 선박 피격 다시 증가
예멘 정부군·후티 지상전 개시
중동 불안 美 대응력 약화 지적

영국 내 공군기지에 주둔하며 이란 공격에 활용하던 미군 전략폭격기가 모두 미국 본토로 철수했다. 이란발 테러 우려가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줄어든 호르무즈해협 내 선박 피격이 늘고, 예멘 정부군과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 간 대규모 지상전이 개시되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유럽사령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 공군 페어퍼드기지에 배치됐던 항공기들이 미국 내 원래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며 “미 공군 폭격기는 세계 각지에서 일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美 본토로 대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셔주의 페어퍼드기지 활주로에 미 공군의 B-1 폭격기가 주기돼 있다. 페어퍼드기지는 대이란 작전 거점이었으나 최근 테러 위협 이후 미군은 기지에 배치돼 있던 폭격기를 본국으로 재배치했다. 페어퍼드=AFP연합뉴스

페어퍼드기지는 올해 2월 이란 전쟁 시작부터 미군의 B-52와 B-1 폭격기 수십 대가 운용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B-52 6대가 전량 철수하면서 최근까지는 B-1 12대만 남아 있었는데, B-1 전력도 완전히 철수한 것이다. 군용기 움직임을 추적하는 민간단체인 ‘군용기 추적 연합’은 앞서 이날 폭격기 편대가 대거 페어퍼드기지를 떠난 모습을 포착했다.

 

미군은 미 공군 폭격기들의 신속한 철수를 촉발한 새로운 정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철수한 폭격기 가운데 일부는 통상적인 병력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지난주에 막 도착한 것들이어서 최근 1∼2일 내 들어온 정보가 이번 철수를 촉발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 미국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새로운 정보는 3주 전 처음 포착된 것과 동일한 위협 경보의 일부이지만, 지난 24시간 사이 구체적인 정보와 긴박감이 급격히 커지면서 지휘관들이 우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경찰은 지난달 27일 페어퍼드기지 인근에서 영국 국적 남성 5명을 폭발물 및 테러 관련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경찰은 며칠 뒤 테러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1명도 체포했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은 모두 이 사건에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줄어들던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선박 공격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 해사무역작전국(UKMTO)은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3일까지 호르무즈해협 주변에서 선박 피격 7건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UKMTO는 5일에도 호르무즈해협으로 진입하던 유조선 한 척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출을 받았으며 “회항하지 않으면 선박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그에 따랐다는 선장의 보고를 전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영국 페어포드 기지에 주기된 미군 B-1 폭격기. AP연합뉴스

한편 예멘 정부군은 후티가 장악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예멘의 새벽’으로 명명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후티가 예멘 제3의 도시인 남서부 타이즈로 진격하자 총반격에 나선 것이다. 예멘 통신사 사바넷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연합군은 예멘에서 후티와 지상군을 벌였으며, 전투기도 100대 이상 동원됐다. 정부군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인근 요충지 중 하나인 두바브 지역을 상당 부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은 이어 후티가 10년 이상 장악해 온 수도 사나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폭격기 철수는 미군의 중동 대응에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해당 지역에서 작전 중인 조지 H W 부시함과 워싱턴함에 11월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과 상륙준비단 마킨아일랜드함을 합류시켜 작전 수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