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훈련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과 만나 군사 교류·교육훈련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며 육상 교통망까지 확충하고 중앙·서남아시아로 외교·군사적 외연을 넓히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 부담이 될 분석이 나온다.
5일 아프간 국방부에 따르면 2021년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 정부는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중부(Center)-2026’ 전략군사훈련에 군사대표단을 파견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대규모 훈련으로 각국에서 약 4만7000명의 병력이 모였다.
아프간 국방부는 훈련에 참가한 대표단이 북한 측 인사들과 만나 군사 교류와 교육·훈련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탈레반군 관계자와 북한군 장교가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에 찍힌 북한군 인사는 견장 등으로 미뤄 한국군의 중령에 해당하는 중좌로 추정된다.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한 이후 양측 군 당국의 직접 접촉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러시아를 매개로 직접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러시아는 탈레반 정부를 공식 승인한 유일한 국가다.
또 북한이 기존의 중동 외교망을 재편하는 시점에 이번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은 중동·북아프리카 5개국(시리아, 알제리, 이란, 이집트, 쿠웨이트)에 상주 대사관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시리아는 알아사드 일가 집권 기간 이란과 함께 핵심 우방이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새 정부가 미국 등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북한의 대중동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과의 군사 접촉은 북한이 이란, 시리아 등 기존 중동 우방을 넘어 아프간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프간이 중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육로를 개통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탈레반 정부는 지난 4일 북동부 바다흐샨주 와칸회랑을 관통해 중국 국경까지 이어지는 약 120㎞ 도로를 개통했다. 국경시설이 갖춰지면 아프간은 중국 신장지역과 연결되는 육상 교역로를 확보하게 된다. 아프간은 이미 북쪽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철도로 연결돼 있으며 서쪽으로도 이란과 철도로 연결돼 있다.
북한 역시 육상 교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 이후 10년 넘게 사용되지 못했지만 최근 북한 측 세관·물류시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개통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는 나선과 하산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도로 교량이 지난달 7일 개통되면서 기존 철도에 도로까지 더해졌다.
북한의 주요 협력국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교통망도 촘촘해지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국제남북운송회랑은 이미 가동 중이다. 양국은 여기에 아제르바이잔 접경도시 아스타라와 이란 북부 철도 거점인 라슈트를 잇는 철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육상 교통망이 갖춰진다는 것은 대북제재 이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철도·도로를 통한 육상 이동은 여러 국경을 거치는 만큼 해당국의 제재 이행 의지와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북한과 밀착한 중국·러시아를 거쳐 중앙·서남아시아까지 육로가 이어질 경우 기존 제재망만으로 물자와 인력의 이동을 추적·차단하기는 한층 어려워진다. 북한의 대외 통로가 다변화할수록 국제사회의 제재 감시망에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