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수련체계를 구축하는 데 투입하는 예산을 내년에 4분의 3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축소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수도권 수련병원의 지원금 수령 문턱을 높일 방침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민 의료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전공의 수련체계 구축’사업 예산은 올해 1064억원에서 내년 789억원으로 25.8%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지원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수련병원별 수련 성과를 평가하고 성과 상위 50%에 든 56개소를 선정했다. 수도권 24개소, 비수도권 32개소에 각각 490억원, 463억원이 투입됐다.
내년부터는 수도권 선정 비중을 줄이고, 비수도권과 공공의료기관 비중을 대폭 늘린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은 신청 병원 중 성과 상위 30%만 최종 선정되고, 비수도권과 공공의료기관은 상위 80%로 확대한다.
기관당 지원금도 수도권은 비수도권·공공병원의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은 249개소이며 119개소가 수도권에, 130개소는 비수도권에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감액에 관해 “필요가 없어서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강화를 기조로 복지부 예산 전반에서 큰 틀의 조정을 거친 것이고,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예산을 더 쓸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의료 공백은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충원율에서도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수련병원별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및 확보 인원을 보면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2822명) 중 2193명이 확보돼 충원율 77.7%였다. 지역별 확보율을 보면 수도권은 88.2%(1366명), 비수도권은 65.0%(827명)로 23.2%포인트 격차다.
필수의료 8개 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로 보면 지역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8개 과의 레지던트 1년 차 충원율은 수도권이 82.7%, 비수도권이 45.2%로 격차는 37.5%포인트에 달한다. 복지부가 내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원 기준에 차이를 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수도권에 근무하는 전공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수도권 수련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메시지는 이해가 되지만, 명분이 아니라 효용까지 생각하면 전공의들이 몰리는 쪽에 자원을 배분해야 최종적으로 국민 의료 질이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시작한 사업이라서 모든 수도권 병원들이 지원사업의 온기를 충분히 본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도권 수련병원 관계자도 이미 올해부터 병원별 수련 성과를 평가해 선정하면서 문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은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이 가져가면 더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선정된 수도권 병원들도 3차(상급종합병원·국립대학병원) 의료기관이 많았는데 2차(병원·종합병원·지방의료원) 의료기관은 더 수혜를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