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 헷갈린 80세 트럼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2021년 1월∼2025년 1월 재임)의 임기 말년은 온갖 치명적 말실수로 점철됐다. 그는 한국을 북한으로 착각하고 유럽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헷갈렸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새로 가입한 스웨덴을 스위스로 부르기도 했다. 잠시 후 문제점을 알아차린 바이든은 “나토 확대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나 보다”라고 둘러댔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까지 나토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실언(失言)을 했다는 취지의 농담이었다. 상원의원만 36년을 지낸 노련함이 돋보이는 임기응변이었다. 좌중에선 폭소가 터졌다.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왼쪽)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플라비우의 부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수감 중)과 절친한 트럼프는 플라비우의 대권 도전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선 약 47%의 득표율을 기록한 플라비우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과 나란히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SNS 캡처

하지만 2024년 7월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 때의 헛소리는 결코 만회가 불가능했다. 애초 바이든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회의에 초청해 영웅으로 부각시킬 작정이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둘러싼 서방의 포위망을 강화하길 꿈꿨다. 그런데 정작 젤렌스키가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바이든은 “신사 숙녀 여러분, 여기 푸틴 대통령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꼭 열흘 뒤 바이든은 대통령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도 반납했다.

 

미국 역사상 바이든은 80대 나이에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그의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툭하면 바이든을 ‘슬리피(Sleepy) 조’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나이가 많은 그가 국정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힐난이 남겨 있다. 2025년 1월 대통령으로서 두 번쨰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법무부 등에 바이든이 각종 문서에 자필 말고 오토펜(자동서명기)으로 서명한 것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과연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미 역대 대통령들 얼굴 사진 또는 초상화를 게시한 백악관 내부 공간에서 바이든만 들어내고 그 자리에 오토펜 이미지를 집어넣도록 명령한 사람도 트럼프다.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의 안내로 이를 본 뒤 껄껄 웃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된 4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결과를 평가하는 글을 SNS에 올리며 브라질을 인도로 잘못 적는 실수를 저질렀다. 몇 시간 만에 문제를 파악한 트럼프는 인도를 브라질로 수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흔히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나이가 드는 것만큼은 공평하다. 고령의 바이든을 그토록 비웃은 트럼프도 지난 6월 80세를 넘겼다. 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 직후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무려 1억25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했음에도 당일 개표 결과가 집계된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브라질을 ‘인도’로 잘못 표기하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인도에서 대통령은 아무런 실권이 없는 명예직에 불과하다. 그런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뽑을 리 없지 않은가. 몇 시간 안에 인도를 ‘브라질’로 바로잡긴 했으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80대 고령의 트럼프가 착각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SNS 메시지를 전담하는 보좌진이 실수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