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프로배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드디어 공식화됐다. 오랜 기간 사령탑 자리를 비워뒀던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2026~2027시즌을 이끌 감독을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이사나예 라미레스 전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이다.
KB손해보험은 5일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2026~2027시즌 출정식을 갖기 전 보도자료를 통해 “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3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라미레스 감독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가 계약 기간이었다. 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하면서 대표팀 사령탑 임기가 완료됐고, KB손해보험이 이튿날인 5일 정식 계약을 체결한 모양새다.
다만 라미레스의 KB손해보험 감독행은 ‘지난 4월’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2025~2026시즌 도중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감독이 사퇴한 뒤 하현용 감독대행 체제로 끝까지 시즌을 완주한 KB손해보험은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큰 틀을 세운 KB손해보험은 10명이 넘는 후보군을 물색했다.
그중에는 라미레스 감독보다 국제배구계에서 커리어가 더 굵직하고 유명세가 높은 감독도 있었지만, KB손해보험의 선택은 라미레스 감독이었다. 이미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기에 한국 V리그에서 대한 이해도가 높고, 2~3년 혹은 그 이상 V리그 감독직을 수행할 적임자로는 라미레스 감독이라는 결론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이 2025~2026시즌을 마치고 열린 FA 시장에서 ‘라미레스호’에 승선했던 국내 선수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모든 선수들이 라미레스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배려나 이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 등에 호평한 것도 KB손해보험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라미레스 감독과 2026~2027시즌부터 함께 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곧바로 계약 소식을 발표할 순 없었다. 대표팀 사령탑을 수행 중인 라미레스 감독을 굳이 꽤 많은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감수하고라도 함께 하기로 한 KB손해보험 입장에선 비판 여론도 예상했고 ‘매를 빨리 맞겠다’는 심정으로 빨리 발표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라미레스 감독은 아시안게임까지는 국가대표 사령탑직 수행해야 했고, 소속은 대한배구협회이기에 협의 및 조율이 필요했다. 당초엔 AVC컵이 끝나는 6월 말에 선임 발표를 하기로 했으나 대한배구협회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난색을 표해 점점 발표는 늦춰졌고, 결국 아시안게임까지 마친 뒤에야 선임 소식을 공식화할 수 있었다.
KB손해보험이 라미레스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려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2025시즌 도중에도 라미레스 감독 선임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대표팀과 프로팀을 겸직하는 것을 두고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감독을 선임하긴 했으나 10월 초까지는 쓸 수 없는 상황. KB손해보험은 라미레스 감독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카카로토 코치를 데려왔다. 카카로토 코치는 라미레스 감독이 바레인 클럽팀 및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할 때 함께 하던 이로, 라미레스 감독의 ‘복심’과 같은 인물이다. 라미레스 감독의 배구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그가 진행하는 훈련 프로그램 등을 100% 수행할 수 있고, 라미레스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아는 카카로토 코치가 트라이아웃 때부터 KB손해보험과 함께 움직였다. 5월 중순부터는 한국에 입국해 하현용 코치와 함께 KB손해보험의 비시즌 준비를 이끌었다.
이제 관심은 KB손해보험이 이러한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모셔온 라미레스 감독이 과연 V리그에서 성공을 거두느냐다.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올해 AVC컵 준우승과 아시아선수권 3위라는 성적을 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서 낙마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KB손해보험의 감독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며, “비시즌 동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준비를 잘 해준 만큼 경기 집중력과 승리를 향한 위닝 멘탈리티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