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2년 새 8268만원 올랐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라면 그만큼을 더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평균 전셋값 상승액과 내가 추가로 내야 할 보증금은 다를 수 있다. 실제 인상액은 기존 보증금과 새 계약 조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2만8000원이다. 2024년 8월의 5억5394만6000원보다 8268만2000원 높다. 상승률로는 14.9%다. 중위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4억8000만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16.7% 올랐다.
평균 전셋값 상승액이 개별 주택의 보증금 인상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도 이 조사가 가격지수 산출에 맞춰 설계돼 있어 평균·중위가격은 참고 자료로 이용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평균가격은 표본 구성이나 가중치 조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보증금 5억원이면 증액 상한 2500만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을 연장하면 보증금 증액은 기존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된다. 기존 보증금이 5억원이면 증액 상한은 2500만원이다. 서울 평균 전세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니라 내 계약서에 적힌 기존 보증금이 기준이다.
5%를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5%는 임대인이 요구할 수 있는 상한일 뿐이다. 실제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은 그 범위 안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해 정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다툴 수 있다.
평균가격 차이인 8268만2000원을 전부 새로 마련한다고 가정하면 부담은 적지 않다. 24개월 동안 모으려면 매달 약 344만5000원을 저축해야 한다. 이자를 제외한 단순 계산이다.
전액을 연 5% 금리로 빌려 이자만 낸다면 월 부담은 약 34만5000원이다. 실제 비용은 적용 금리와 상환 방식, 보증료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갱신권 한 번 썼다면 다음 계약은 새 조건 협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 행사할 수 있고, 이때 계약은 2년 연장된다. 행사 기간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다. 기한 안에 갱신 의사가 임대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이미 갱신요구권을 썼다면 다음 재계약 때 같은 권리를 다시 행사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다음 계약은 임대인과 새 조건을 협의해 맺어야 하므로 5%를 넘는 증액도 가능하다.
과거에 계약을 연장했다고 해서 갱신요구권을 쓴 것은 아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연장했거나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계약서와 당시 주고받은 연락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이때 실거주 의사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도 2023년 12월 판결에서 단순한 의사 표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거 상황과 이사 준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됐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세 10건 중 6건 갱신…갱신권 없이 연장한 거래도 30%
서울시가 9월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의 58.9%가 갱신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 43.7%보다 15.2%포인트 높다.
이 가운데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중은 48.7%였다. 지난해 8월 57.0%, 올해 7월 54.1%보다 낮아졌다. 갱신계약 비중은 늘었지만 그중 갱신요구권을 실제로 행사한 비중은 줄어든 셈이다.
전체 전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 58.9%에 갱신권 미사용 비율 51.3%를 곱하면 약 30.2%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연장한 계약이 전체 전세 거래 10건 중 약 3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같은 달은 약 18.8%였다.
◆재계약 때 얼마나 더 낼까…내 보증금부터 확인해야
재계약을 앞뒀다면 먼저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썼는지, 아직 행사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권리를 쓸 수 있다면 기존 보증금의 5%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같은 단지·같은 면적의 최근 신규·갱신 실거래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가로 마련할 돈은 새 보증금에서 기존 보증금을 뺀 금액이다. 대출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더 빌릴 수 있는지, 금리는 얼마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재계약 부담은 서울 평균 전셋값이 아니라 내 계약 조건으로 계산해야 한다.